수퍼서 장 보는 ‘구글족’… 피부 관리받는 ‘애플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아직 미혼인 직장인 이현주(33)씨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피부과에 들른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새로 하기도 한다. 평소 뮤지컬을 좋아해서 보고 싶은 공연은 한 달 전부터 예약해놓고 기다린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나온 정보기술(IT) 제품은 무조건 1순위로 구입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씨는 아이폰5 사용자다.

 이씨와 같은 직장에 다니는 김준성(35)씨는 유치원생 자녀를 둔 기혼자다. 잔병치레가 잦은 딸 소리(5)는 지난달에만 소아과를 세 번 이상 들락날락했다. 김씨는 육아에 지친 아내를 대신해 퇴근 후 종종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가끔은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함께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김씨는 갤럭시노트2 사용자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폰 사용자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소비 성향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iOS 운영체제를 쓰는 아이폰 사용자는 ‘자기중심적 소비’가 많다. 이에 비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사용자는 ‘가족중심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신한카드 고객인사이트 파트가 최근 자사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접속 기록을 바탕으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고객의 특성과 소비 성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이 자료는 서울·경기도에 사는 20~40대 안드로이드·iOS 사용자 10만 명씩 총 20만 명을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서울 강북 및 경기도 북부 지역 거주 비율이 높았다. 이들은 아이폰 사용자에 비해 식재료(54.7%), 대형마트(54.2%), 소아과(55.4%), 유치원·완구(58.0%) 이용 비중이 컸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서울 강남·서초 지역과 수도권 신도시 지역에 밀집해 있었다. 상대적으로 피부과(64.9%), 미용실(55.0%)·영화·공연(56.2%), 헬스클럽(57.0%)에서의 결제가 많았다.

 주당(酒黨)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었다. 이들은 맥주·막걸리·소주·양주 등의 결제 비중이 모두 52%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안주류의 소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기본 안주류·치킨·고기 등 모두 아이폰 사용자보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의 결제가 많았다. 반면 아이폰 사용자들은 주류보다 커피를 선호했다. 커피값 결제에서의 아이폰 사용자 비중은 60.9%로 안드로이드폰 비중(39.1%)을 크게 앞섰다. 주류 중에서는 유일하게 와인(55.1%)이 아이폰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외식은 주로 레스토랑(59.6%)·일식(57.2%) 등에서 아이폰 결제가 많았다.

 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구입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성향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강했다. 해외 현지 구매와 해외 온라인 구매에서 아이폰 사용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7.5%, 69.0%로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두 배 이상이었다. 최근 거래가 활발해지는 추세인 모바일 결제 이용 비율도 아이폰 사용자(52.5%)가 높았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실속에 예민했다. 반값 할인쿠폰 공동구매 웹사이트인 소셜커머스(52.0%) 또는 ‘1000원숍’이라고 불리는 다이소 등 생활용품점(51.8%)에서 안드로이드폰 결제 비율이 높았다.

 정승은 신한카드 고객인사이트 파트장은 “카드 매출 자료뿐 아니라 모바일 앱 로그정보와 업종별 선호 브랜드 분석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을 분석했다”며 “아이폰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트렌드에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