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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바비큐·수영장 완비 … 재택근무 말고 출근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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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에서 한 구글 직원이 포켓볼을 즐기고 있다(맨 위 사진). 아래는 미국 인테리어디자인회사 오플러스에이가 설계한 페이스북 신축 본사 건물의 사무실 모습. 페이스북은 직원들이 언제라도 파티를 즐길 수 있게 사무실에 턴테이블까지 갖춰 놨다. [사진 구글코리아·O+A 홈페이지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 써니배일에 있는 야후 본사의 주차장은 오후 5시만 되면 텅 빈다. 차 세울 곳을 찾기 힘든 인근 구글 본사의 주차장과 대조적이다. 야후는 예정에 없던 긴급 회의를 하기 힘들다. 재택근무자가 너무 많아서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구글 출신 머리사 메이어(37)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오는 6월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야후는 “집에서 일하다 보면 일의 속도가 느려지고 생산물의 품질도 나빠지기 마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메이어 CEO는 대신 직원들을 위한 ‘당근’을 마련했다. 구글처럼 공짜 식사를 제공하고 마사지센터와 피트니스센터 등을 설치했다. ‘집보다 더 쾌적한 사무실’을 표방해 회사에 머무는 것 자체가 즐겁도록 하는 구상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같은 바람은 야후에서 다른 기업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제 위기에서 갓 벗어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사무실을 대형으로 키우고 직원 편의시설을 넓히는 등 본사 꾸미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에 자발적으로 상주하는 시간을 늘리고 동료들과 자주 마주치면서 협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획이다. 야후 측도 재택근무를 금지하면서 “최고의 결정이나 통찰은 사내 복도나 식당에서의 토론, 새로운 동료와의 만남에서 저절로 나온다”고 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가 추진했던 우주선 모양의 신사옥을 건설 중이다. 2016년 완공 예정이다. 71만㎡의 대지에 들어서는 이 건물은 ‘월드클래스’급 공연장과 정원도 갖췄다. 내부에는 자유롭게 낙서할 수 있는 벽과 탁구대, 레고 조립 공간까지 뒀다.

 구글은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지역 약 17만㎡ 넓이의 대지에 9개 동의 건물을 신축할 예정이다. 직원들이 자주 마주칠 수 있게 동선을 짜는 데 역점을 뒀다. 페이스북은 ‘디즈니월드’처럼 꾸민 신축 건물의 공사를 마무리 짓고 있다. 바비큐장은 물론 스시 레스토랑과 자전거 대여소도 갖췄다. 링크트인·이베이·인텔 같은 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건축설계회사 겐슬러의 케빈 셰퍼는 “덩치가 커진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편의시설에 투자하며 업무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며 “건축디자인 설계의 트렌드도 이 같은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름한 창고에서 서너 명이 배고프게 일하는 벤처기업은 추억 속 장면이라는 얘기다.

 기업들은 이 같은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고급 인력을 채용하고 이직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는 데도 이 같은 최고급 시설은 효과적이다. 실제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연구소(Great Place to Work Institute)’에 따르면 일하기 좋은 기업 100위 안에 든 기업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주식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구글 측은 “우리는 구글러(구글 직원)들이 일상 문제를 고민하느라 회사 일에 소홀한 것을 원치 않는다”며 “직원들이 자신 의 환경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업무효율과 주인 의식도 고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CNBC는 평론가들의 말을 빌려 “IT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쓸 수십억 달러를 건물 치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리콘밸리의 인사관리 전문가인 케빈 휠러는 “폼 나는 건물을 짓고 직원 모두를 사무실 안에 머물게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회의할 수 있는 작은 사무실의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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