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공화국 4년째 … 최고 수혜자는 버스커버스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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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최고 스타인 버스커버스커 멤버들. 지난해 히트했던 그들의 ‘벚꽃엔딩’이 올해 봄에 다시 인기를 얻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오른쪽은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이하이. [중앙포토]

2주 뒤면 우승자를 가리는 SBS ‘K팝스타2’의 악동뮤지션은 부르는 노래마다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노래를 발표해도 지금처럼 차트를 휩쓸 수 있을까.

 2009년 시작된 ‘Mnet 슈퍼스타K’ 열풍은 ‘오디션민국’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숱한 오디션 스타를 낳았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4년, 그 동안 배출된 오디션 스타들의 홀로서기 후 성적은 어땠을까.

 중앙일보가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에 의뢰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뜬 29명(그룹도 1명으로 계산)이 오디션 프로그램 종료 후 발표한 노래의 지난 4년(2009~2012년)간 성적을 분석했다. 오디션 프로의 파워를 수치화한 첫 작업에 해당한다.

 그 결과 가온차트 연간 400위권에 한 곡이라도 올린 가수는 17명으로 나타났다. 가온차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대중음악 공인 차트로 음원 매출과 직결된다. 통계의 기준이 된 디지털종합차트는 주요 음악 사이트의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통화연결음과 벨소리 등의 수치를 종합해 산정한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연간 50위면 가온지수 통상 1억 안팎을 기록해 히트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연간 400위는 주간 1위를 반짝 한 번 하고 완전히 사라졌을 경우의 점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12명은 400위에 한 곡도 올리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오디션 스타는 2011년 ‘슈스케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버스커버스커다. 이들은 오디션 이후 발표한 신규 음원 17곡 전곡을 400위 안에 올렸다. 올 봄 다시 차트 상위권에 올라 화제가 된 ‘벚꽃엔딩’은 지난해 연간 차트 2위를 차지해 조사대상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성적이 좋은 건 2010년 ‘슈스케2’ 우승자 허각이다. 첫 싱글 ‘언제나’(12위) 등 총 12곡을 400위권에 올려놨다. 2009년 슈스케 첫 시즌 우승자 서인국이 뒤를 이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OST ‘올 포 유’(8위)와 ‘부른다’(42위) 등 9곡이 400위권에 들었다.

 그 밖엔 2011년 K팝스타 첫 시즌 준우승자인 이하이가 데뷔곡 ‘1,2,3,4’를 23위에 올리며 히트 가수 대열에 합류했다.

 오디션 스타는 미디어에 집중적으로 노출되어 기성 가수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연간 400위에 오른 오디션 출신 가수의 곡은 2009년 2곡에서 2012년 38곡으로 비약적으로 뛰었다. 오디션 프로에서 부른 곡은 제외했음에도 이 정도의 분포를 보인 건 오디션 스타가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졌음을 말해준다.

 데뷔 후의 성공 여부도 기본적으로 시청률이 가장 크게 좌우했다.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았던 MBC ‘위대한 탄생’ 출신 중엔 백청강만 간신히 400위권에 턱걸이했다. 후발 프로그램인 ‘엠넷 보이스 코리아’ 출신은 아직까지 400위 안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일단 얼굴을 알린 스타가 경연장을 벗어나는 순간 ‘악마의 편집’에 의한 화제성보다 음악성이 더 중요해졌다. 위암과 싸운 고(故) 임윤택씨의 사연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슈스케3’ 우승팀 울랄라세션은 ‘아름다운 밤’(49위) 등 단 3곡만 400위권에 올려놨다.

 링 밖에선 준우승팀 버스커버스커의 압승이었다. 오디션 당시 허각보다 더 많은 팬덤을 형성했던 존박도 링 밖에선 최고 72위(‘폴링’)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음악평론가 이대화씨는 “허각은 잘 나가는 작곡가들과 작업해 살아남은 경우고, 이하이는 대형 기획사(YG)에서 잘 다듬어 성공시킨 케이스다. 나머지는 싱어송라이터가 많아 데뷔 후 편차가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 상세한 조사 결과는 이번주중 가온차트(www.gaonchart.co.kr)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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