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 지원할 1조원 금고 열릴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연구중심병원에 돌아갈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없자 선정된 병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앙꼬 없는 찐빵’ ‘껍데기’ ‘일방적 희생’…. 보건복지부가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하고 지원 규모를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는 평가다.

당락 여부를 떠나 지원한 대부분 병원은 “타이틀만 거창한 허울뿐인 제도”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의 지원 실체가 드러나자 향후 추가적인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병원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구중심병원에 투입할 예정이었던 약 1조원 규모의 예산은 3년째 집행 여부가 심사 중이다. 연구중심병원들은 심사 결과에 따라 빈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복지부는 26일 연구중심병원 10곳을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주인공은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 경북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분당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아주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다.

복지부는 선정된 병원의 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크게 두 가지 제도적 지원으로 압축된다.

우선 보건의료 R&D 연구비를 내부인건비(총 연구비의 40%까지)로 사용가능토록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가 연구비를 수주해도 함께 근무하는 연구자의 인건비 지급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 보건의료기술개발 관리규정을 개정해 인건비 책정이 가능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연구비 사용도 가능해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병원이 적립한 자금은 병상, 의료장비 등 시설투자에만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연구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협의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병원들은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없는 허울뿐인 제도라고 평가한다. 이번에 선정된 한 병원의 연구책임자는 “당초 연구에 경쟁력 있는 병원을 중점 지원한다고 했는데 10곳을 지정했다”며 “공정하게 선정했겠지만 나눠 먹기식으로 변질해 의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연구비는 우리(병원)가 수주한다. 지원 내용을 보면 정부는 생색만 낼뿐”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중심병원 지원 규모가 실체를 드러내자 정부에 기대지 않겠다는 병원도 있다. 선정에서 탈락한 한 병원의 연구책임자는 “복지부가 자체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제도적 지원만 남았다”며 “정부의 연구중심병원 정책을 계속 따라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연구중심병원 제도는 타이틀은 거창한데 손에 쥐는 게 거의 없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데 그친다”며 “우리 병원은 당분간 연구중심병원에 추가 지원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연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중심병원 지원 내용 중 재정적인 부분이 빠진 건 관련 부처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기획재정부에서 연구중심병원에 지원할 자금 9797억 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결과가 올해 상반기 중 나오기 때문에 늦으면 내년까지 지원할 예산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서 지원할 규모가 결정된다. 9797억원을 모두 인정받거나 하나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용역을 받아 진행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법인세․지방세 감면 등 점진적으로 연구중심병원의 세재혜택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기기사]

·의료계 리베이트 수사 어디까지 확대되나? [2013/03/27] 
·팍팍한 의료계, 수장들의 한숨 “자괴감 느낀다” [2013/03/27] 
·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선정 특혜 시비일까 노심초사 [2013/03/27] 
·노인성 질환 백내장이 20대에 찾아 오는 이유는, 이것 때문에... [2013/03/27] 
·전국 수련병원 인턴 대상 설문, 산부인과 왜 기피하나 물었더니 [2013/03/27] 

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