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으로 큰 한국 경험, 개도국과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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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태호 경제통상대사가 27일 WTO 사무총장 선거 출마의 각오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무역을 통해 발전했다. 한국인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되면 100여개 개도국이 한국의 경험과 전략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WTO 사무총장’에 도전장을 낸 박태호(61)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의 출사표다. 2011년 12월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에 임명돼 23일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물러난 그는 ‘통상 분야 유엔’으로 불리는 WTO 사무총장 출마 이유로 ‘보은론(報恩論)’을 펼쳤다. 한국전쟁 때 태어나 대학(서울대 경제학과) 시절부터 무역을 공부했고, 대학·정부·국책연구원·국제기구에서 35년간 무역 분야에서 일해온 경험을 국제사회에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박 대사가 사무총장이 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한국계 김용 세계은행 총재에 이은 한국인의 쾌거로 평가될 전망이다.

 9월부터 시작되는 임기 4년의 WTO 총장 자리를 놓고 인도네시아·브라질·멕시코·가나 등 9개국에서 9명이 출마했다. 4월 2∼9일 159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1라운드 선거에서 하위 4명을 탈락시킨다. 2라운드에서 다시 3명을 다시 탈락시킨 뒤 최종 후보 2명을 놓고 5월 말 경선을 치른다.

 - 어떤 각오로 출마했나.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2001년 이후 12년째 지지부진하다. 중국 등 신흥개도국과 선진국의 이해상충이 심하다. 사무총장이 된다면 침체 된 다자무역 체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 27일 경제통상대사에 임명됐는데.

 “통상교섭본부장 자리는 없어졌지만 새 정부도 WTO 총장 출마를 지지한다는 뜻이 확인된 셈이다.”

 - 핵심 공약은 뭔가.

 “무역 개방 정책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중요하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TO 사무국, 각국 대표, 사무총장 간에 열린 마음으로 3각 신뢰를 구축할 것이다.”

 - 선거 판세는.

 “유력 후보를 낸 인도네시아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브라질은 중남미, 가나는 아프리카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은 지역 기반이 없지만 2라운드에 진출하면 승산이 있다. 2라운드에선 개인 자질과 후보를 배출한 국가의 확고한 무역 개방 정책을 강조할 생각이다.”

 -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나.

 “2월 24일부터 시작해 거의 매일 해외출장이다. 아프리카 10개국, 미국·유럽 등 20여 개국을 방문했다. 전직대사 4명의 지원도 받고 있다.”

 -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해야 하나.

 “한국은 TPP에 참여한 12개국 중 9개국과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당분간 TPP는 관망하되, 한·중 FTA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유럽연합(EU)·인도에 이어 중국과도 FTA가 되면 한국에 외국인투자가 몰려올 것이다.”

글·사진=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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