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속셈 드러낸 일측 조건|난항 거듭하는 한·일 청구권 합동 위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31일의 한·일 합동위는 사전협의를 거친 청구권 자금사용 연도실시계획을 두고 「요식 상」의 확정절차를 밟는다는 종전의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열린 것이다. 협정상 한쪽이 요식을 갖추어 합동위 개최를 요구하면 상대방은 거부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이날 합동위에서 민충식 사절단장은 한국측의 「최종안」을 제시함으로써 혼선을 빚고있는 일본측 입장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했다. 민 단장이 내놓은 청구권 제2차년도 실시계획규모 유·무상 7천3백만불과 전년도 이월분 1천3백50만불 도합 8천6백50만불의 최종안은 무상 3천6백50만불 유상 3천6백만불 도합 7천2백50만불과 전년도 이월분을 1천3백50만불로 한다는 일본 외무성 「우장」심의관의 「절충안」과 거의 일치되는 내용이다.
외무성을 제외한 일본의 관계 각 성의 안은 전년 도 이월분을 제외하고 무상 3천만불 유상 3천6백만불 도합 6천6백만불 이며 한국측 최종안은 「우장절충안」으로 일본측의 입장이 통일될 것을 기대하고 제시된 것이다. 지난 연말 유·무상7천5백만불 선에서 책정키로 「정치적 절충」을 통하여 일종의 「양해」에 도달했던 것인데 일본측 「사무당국」의 반발에 부딪쳐 곡절을 겪게 된 것이다.
첫 연도 실시계획은 지난해 2월 10일 한국측의 계획안이 정식으로 일본측에 제시되어 4월 20일 확정되었었다.
협정발효(12월 18일)후 첫「케이스」라는 특수사정도 있었지만 연도실시계획 개시를 4개월이나 뒤로 미룬 관계로 구매행위에 상당한 차질이 있었다.
2차 연도 실시계획을 한국 국회는 지난해 12월 23일 계획 「베이스」8천1백만 「달러」 규모로 동의, 국내절차를 끝냈으며 사절단은 이 계획안을 정식으로는 지난 1월 9일 일본측에 통고했었다.
협정상 한국측은 실시계획 확정에 60일 앞서 계획안을 일본측에 제시토록 되어있다. 1차 년도 실시계획의 확정이 그토록 지연되었던 것은 유·무상 5억불의 청구권자금을 앞당겨 쓴다는 이른바 「조기사용」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측은 2차 연도 실시계획 책정에 있어서도 지불 「베이스」와 계획 「베이스」의 차가 크면 조만간 다시 「조기사용」문제가 제기될까 경계하고 계획 「베이스」규모를 되도록 지불 「베이스」규모에 접근시키려는 입장을 뚜렷이 하고있다.
실제 집행되는 지불「베이스」는 협정상 무상 3천만불, 유상 2천만불로 규정되고있다.
계획 「베이스」는 연도실시계획의 「계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이 문제로 해서 실시계획의 개시가 크게 늦어지는 것은 구매의 지연 등 그 나름의 문제점이 따로 야기되기 마련이다.
실시계획 내용에 있어 일본측이 무상자금으로는 20「톤」 이상의 어선을 건조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원양진출」에 전용될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20「톤」이상의 어선 건조를 위해 활용하라는 어업협력 자금 9천만불(상업차관)은 바로 한국의 원양진출에 대한 일본의 경계와, 수송에 있어서 한국의 「자국선박 우선주의」지양을 바라는 일본의 한·일 해운협정 개정 요구로 교환공문조인 1년 반이 지나도록 동결된 채로 있다가 최근 구체적 사용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어업협력자금은 조약 및 관계문서의 발효(12월 18일)를 기다리지 않고 조인(6월 22일)과 더불어 활용할 수 있게 되어있는 것이다.
31일의 합동위 에서 일본측이 청구권협정과 관련된 제1의정서의 『수송은 공개 무차별로 한다』는 규정을 들어 청구권 물자수송에 있어 일본 선박의 「적하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한 것은 해운협정 개정문제와 연관된다.
이토록 실시계획 책정과는 「직결」되지 않은 문제를 일본측이 여러모로 제기하고 있어 2차년도 실시계획을 1월 31일까지 확정지으라는 정부 훈령에 묶인 주일 사절단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있다.
순탄치 못한 합동위 전망은 필경 이른바 유·무상 5억「달러」를 「배상」의「뉘앙스」를 띤 청구권 자금으로 생각하는 한국과 문자그대로 무상·유상의 경제협력으로 다루려는 일본의 「자세차」에서 비롯되고 있다. 【동경=강범석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