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사장 선출, 정치권 진영싸움 재연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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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후임 사장은 누가 될 것인가. 정치권의 진영 다툼이 재연될 것인가.

 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을 소유한 공영방송이지만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외풍과 내부 갈등에 시달려 왔다. 소유 형태는 공적이지만 실질적으로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태생의 한계도 지적돼 왔다. 그 틈에서 노조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김재철 사장 재임 중 노조는 공영방송을 명분으로 두 차례 정치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여야는 이번 사장 해임 과정에서도 추천 이사들의 머릿수 만을 따지는 모양새였다. 여권 이사-MBC 사측-보수, 야권 이사-MBC 노조-진보의 도식이 형성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이번에 드러난 ‘여권 이탈 표’가 차기 사장 인선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시하고 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공영방송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들이 자신을 추천한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새 사장이 와도 매번 정치 성향에 따라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공영방송이 소모적인 정치투쟁의 장이 된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방문진은 새 사장 선임을 위해 다음 달 초 2주간 후보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원자들이 제출한 경영계획서 등의 서류 심사를 거쳐 3배수 정도로 후보를 압축하고, 면접 심사와 이사회 투표를 거쳐 새 사장 내정자를 결정하게 된다. 주주총회에서 공식 확정 절차를 밟는다.

 새 사장 후보로는 황희만 전 MBC 부사장,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구영회 MBC미술센터 사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성주 포항MBC 사장, 전영배 MBC C&I 사장, 김성수 목포MBC 사장, 최명길 MBC보도국 유럽지사장 등도 하마평에 오른다. 신임 사장의 임기는 김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다.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는 공영방송 사장이 코드 인사가 되면 어떻게 엉킨다는 것을 재환기시켰다”고 비판했다. 김동규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MBC 지배구조, 경영진 인선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공영성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희·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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