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카드 대회전… 박찬호까지 가세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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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야구선수 박찬호가 야구 글러브와 공을 과감히 버렸다?.

대신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얇은 신용카드 한 장. 말쑥한 정장 차림의 박찬호는 쇼 윈도를 통해 웨딩 드레스와 턱시도를 구경하며 "아,장가가고 싶다"고 독백한다.

광속구의 메이저 리거와 진솔한 총각의 이미지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2.탤런트 고소영이 남자들의 엉덩이를 찰싹 소리가 나도록 치며 거리를 활보한다. 남자들은 고소영의 행동에 어이없어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굳이 성희롱이란 단어를 떠올리자면 여성이 그 가해자로 변신한 것이다.

둘은 현재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신용카드 광고 장면이다.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신용카드 업계의 활력만큼이나 광고 전쟁도 치열하다. 각 카드사들이 톱 스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광고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

◇ 송윤아.장진영.배용준 가세=이영애라는 걸출한 CF 스타로 시장 확보에 성공한 LG카드는 올 봄부터는 드라마 '겨울 연가'의 배용준을 전격 기용, 투 톱 체제를 운용할 계획이다.

고소영(삼성카드) , 김정은(비씨카드) , 신은경(국민카드) , 이정재(외환카드) 등도 이미지 확산에 손색없어 보인다.

국민카드는 올초부터 박찬호를 8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모델로 등장시켰으며, 외환카드는 다음달부터 이정재를 대신해 탤런트 송윤아를 기용한다. 현대카드도 다음달 부터 영화배우 정준호.장진영 카드를 빼들었다.

◇ 치열해 지는 차별화 전략=광고전이 가열되면서 광고사들은 광고 차별화 전략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뭔가 다른 카드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CM송 "'내게 힘을 주는 나의 LG 카드야"와 대사 "난 LG카드만 써요"로 대표되는 이영애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여왕으로 등장하는 국민카드의 신은경의 강인한 액션 등이 이런 광고의 유형에 속한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홍종필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카드 광고의 주된 초점은 자신의 개성과 자신감을 중시하는, 이른바 개인적 가치 전략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흐름이 달라질 조짐이다. 비록 스타를 모델로 등장시키긴 하지만 순박하고 대중적인 희망의 얘기를 빠트리지 않는다는 쪽이다. 박찬호의 광고가 대표적이라는 지적이다.

◇ 광고가 유행도 이끈다=올 초 방영된 탤런트 김정은의 비씨카드 광고 중 "부자 되세요"라는 카피는 코미디 프로 등 여러 곳에서 패러디되면서 아예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이 CF의 영향으로 시무식을 비롯한 새해 인사 자리에서 '부자 되세요'가 덕담의 단골 메뉴로 각광을 받을 정도였다. LG카드의 경우도 이영애의 대사 "난 LG카드만 써요" 등이 인터넷 상에서 유머로 변형돼 회자되고 있다.

LG카드 박희철 대리는 "광고전쟁의 역사는 1980년대 화장품, 90년대는 이동통신, 그리고 2000년대는 카드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젠 이런 광고 문화가 하나의 대중문화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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