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해로와 토레미' 히트 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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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고전(古典) 은 '뜨거운 감자'다.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인지도는 쉽게 높일 수 있지만, 같은 이유에서 참신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즈니 같은 대회사도 고전을 소재로 할 때는 어떤 맛깔스러운 '양념'을 치느냐에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다.

1월 18일부터 SBS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해로와 토레미'(매주 금 오후 6시 15분) (http://www.herotoremi.com)는 지난해 개봉됐던 '별주부 해로'의 TV판이다. 전래 동화 별주부전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할머니의 이야기로, 그림 동화책으로, 어린이 뮤지컬 등으로 익히 알려진 이 작품에 제작진은 무슨 양념을 뿌렸을까.

첫번째는 로드 무비식의 여행담 구조다. 간을 숨겨놓았다는 기적의 산으로 떠나는 거북이 소년 해로와 토끼 소녀 토레미의 모험이 기본 줄거리다. 로드 무비는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1화에서 토끼만 잡아오면 되는 줄 알았던 해로는 토끼를 죽여야 간을 꺼낼 수 있다는 얘기에 사색이 된다. 남을 속였다는 자책감도 느낀다. 이런 부분은 어린이들에게 '죽음'과 '정직'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두번째는 다양한 조연들. 날고 싶은 꿈을 가진 엉뚱한 타조가 이들의 여행에 동참한다. 용왕에 독을 먹이고 반란을 꾀하는 메기와 악당 고양이.멧돼지.도마뱀은 이들을 방해하는 세력이다.

사실 힘있는 조연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양념이다. 대본작업을 히라노 야스시라는 일본인에게 맡긴데서 제작진의 고민이 엿보이긴 하지만 그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겠다.

일본에서 만든 1969년작 극장판 '장화신은 고양이'에서 원작에 없는 고양이 삼총사가 등장해 후반부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식의 의미있는 작업이 이뤼지길 바랄 뿐이다.

세번째는 에피소드별로 교훈적인 속담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귀여운 아이는 여행을 시켜라'나 '천리길도 한걸음부터'같은 테마는 회별 진행과 맞아 떨어지며 부모에게 왜 오늘의 주제가 이것인지 설명해줄 기회를 준다.

덧붙이자면, 대부분 컴퓨터로 제작한 이 작품이 보다 화제를 모으기 위해서는 움직임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표정 연구도 마찬가지다. 주인공들의 희노애락을 시청자에게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자연스런 연기'는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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