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교통 사망사고, 겨울보다 봄철에 더 많이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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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철표
한국도로공사 천안지사장

귓볼을 스치는 바람에 냉기가 빠졌다. 햇살도 따사롭다. 이제 완연한 봄인가 보다. 사람들은 봄이 되면 따뜻해진 날씨에 몸과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반면 겨우내 제설작업에 전전긍긍이던 도로관리청에서는 눈 걱정이 사라질 틈도 없이 따스한 날씨로 인한 해빙기 도로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도로에 스며들었던 수분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비탈면이나 포장에 손상을 주다가 파손부위가 봄기운에 이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또 느슨해진 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운전자나 차량도 마찬가지다. 특히 도로관리자가 긴장하는 부분이 봄철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졸음운전과 과속운전이다. 눈길이 잦고 도로파손이 많은 겨울철에 사고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날씨와 노면상태가 좋은 봄철에 사망사고가 급격히 늘어난다.

지난 2011년 겨울철 3개월 동안의 고속도로 사고와 2012년 봄철 3개월 동안의 고속도로 사고를 분석해보면 겨울철 57명이던 사망자가 봄철에는 96명으로 68%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풀어진 마음자세와 과속하기 좋은 운전환경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봄철 춘곤증에 의한 졸음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일러스트=심수휘

실제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시간대는 새벽 1시와 오후 2시대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간에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 구체적인 수치로 봤을 때 96명이면 시간당 4명꼴로 사망자가 있었던 것인데 새벽 1시와 오후 2시에 각각 11명과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직전 겨울철 동시간 대의 사망자가 각각 4명과 3명인 것을 비교해보면 졸음과 사망사고가 어느 정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흔히 춘곤증은 점심을 먹은 오후에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심야시간 대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점심 식사 후에만 발생한다고 단정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봄철 교통안전을 위해 운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춘곤증으로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고 운전할 비결은 없다. 단지 졸음이 오면 갑자기 무의식 상태가 되는 한계점을 넘어가기 전에 휴게소나 안전지대에서 쉬어가는 수밖에 없다. 뻔한 소리지만 평소에도 운행 전에 충분히 자고 자주 쉬어가며 음식조절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이 졸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망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운전대를 잡은 후 정속 운행과 뒷자리까지 안전띠를 매는 습관이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목숨만은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채철표 한국도로공사 천안지사장
일러스트=심수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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