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정책에 맞춰 유치원비 인하 … 정부서 무상 급식 지원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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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육환경에서 사립유치원비를 안정화하려면 현실적인 보조금 확대가 대안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많다. 학부모들은 앞다퉈 저렴한 국·공립유치원에 보내고 싶어하지만 치열한 경쟁률을 뚫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사립유치원비를 강제할 수도 없다. 입학비와 수업료, 현장 학습비 등 사립 유치원비는 유치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보조금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립유치원비 현실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충남사립유치원 연합회가 유치원비 자율적 인하를 결정했다. 이에 맹상복 회장(사진)을 만나 유치원비 자율적 인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최근 유치원비 자율적 인하를 결정했다. 배경은.

“만 3~5세 누리교육과정 시행과 더불어 원아 1인당 월 22만원이 정부에서 지원되고 차액은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충남사립유치원연합회에서는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정책에도 동참하고 학부모 부담도 줄여주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 최근 3년간 사립유치원들이 수업료를 동결해 정부에서 운영비를 지원받아 왔지만 전국적인 유치원비 인상으로 부담이 늘면서 어린 자녀를 둔 지역 학부모들도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결정이 학부모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강제성이 없는 ‘자율적 인하’인데 사립유치원의 참여률은 어떤가.

“정부에서는 물가인상 억제 정책을 펴고 있고 학부모들도 공·사립유치원간의 교육비 차액으로 부담을 갖고 있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됐다. 2013학년도 교육비 인상폭이 각 유치원마다 차이가 있어 자율적으로 인하를 하거나 동결을 하기로 했지만 물가가 많이 인상되고 호봉인상 등 교원 인건비도 3% 이상 인상할 수 밖에 없어 대부분의 유치원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자율적 인하 역시 학부모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자구책이지만 유치원비 인상의 경우 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인 만큼 몇 %가 자발적으로 참여할지는 불투명하다. 유치원들이 현실적인 인상이나 동결을 결정할 것을 기대해 본다.”

-앞서 언급한대로 3년째 유치원비가 동결된 곳이 많다. 부담도 클텐데.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유치원비를 동결하고 정부에서 운영비 지원으로 원아 1인당 1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아왔는데 매년 3~5%이상 인상되는 물가를 감안하면 매우 힘든 상황이다. 반면 충남 공립유치원은 매년 운영비지원인상과 급식비 지원, 차량비 지원 등으로 운영에 막대한 예산을 늘려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균등한 지원이 이뤄져야 보육환경이 좀더 나아질 텐데 현재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농어촌이나 읍, 면에 위치한 사립유치원들은 그 어려움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원화된 유아교육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유보통합에 대한 사회적 움직임인 만 3~5세 누리과정이 시행되면서 이미 교육과정의 통합과 재정통합이 되고 있다는 전제로 교육과 보육의 통합 문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각종 제도 및 정착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유보통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증대 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재는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이 각각 이원화 돼 있는 법률체계에서 시설기준, 인적 자격지준 및 재정과 예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기 때문에 잘 검토해 나가야 한다. 유보통합은 영유아들을 위해 기본적인 틀에서 진행돼야 하고 정부와 유치원, 어린이집 간에 많은 대화와 검토 속에서 차근차근 준비돼야 한다.”

-충남사립유치원의 현주소를 말한다면.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말 일수 있지만 충남의 공립유치원들은 급식비를 전액 지원해주고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는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에서 공·사립유치원간의 격차는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루 빨리 사립유치원도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해 학부모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또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는 2013년부터 차량비도 도교육청에서 지원을 해 준다고 하니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며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는 도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공·사립 유치원간 위화감은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인해 유아들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학부모와 교육당국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학부모들은 충남 사립유치원의 교육비가 공립유치원 보다 비싸다고만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충남교육청의 2012년도 행정 사무감사자료(김지철 교육의원)에 따르면 2011년 충남 공립유치원의 원아 1인당 유치원비는 월 63만2000원이다. 이처럼 많게는 사립유치원의 2배가 넘는 교육비가 공립유치원에 소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단지 개인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이유로 공립유치원의 교육비가 싸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유치원의 혜택이 자녀를 둔 모든 학부모에게 돌아가야 맞는 것이지 왜 일부 학부모들에게만 적용되도록 하느냐는 것이다. 하루 빨리 모든 유아교육 현장이 동등한 지원을 받아 자율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유아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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