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프랑스 출신 IMF 총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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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라가르드(左), 스트로스 칸(右)

프랑스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일까. 프랑스 경찰이 20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57) IMF 총재의 파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외신에 따르면 라가르드는 프랑스 재무장관 재임 때인 2008년 직권을 남용해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의 전 소유주이자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베르나르 타피가 3억8500만 유로(약 5500억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2011년 성폭행 사건으로 IMF 총재에서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에 이어 라가르드도 사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IMF의 두 프랑스인 수장이 연달아 조기 사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셈이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타피는 2008년 프랑스 정부와 소송 중이었다. 1993년 아디다스를 매각하면서 국영은행인 크레디리요네의 실수로 손해를 봤다는 이유였다. 당시 재무부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는 정부가 타피 측에 이자 1억 유로를 포함, 총 3억8500만 유로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양측의 합의로 법정까지 가지 않고 마무리됐다.

문제는 라가르드의 개입 여부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라가르드가 직권을 남용해 정식재판으로 가지 않도록 힘을 썼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인포라디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사르코지가 라가르드에게 분쟁을 조기 종결하기 위해 분쟁위원회를 이용하라고 주문한 문건이 발견됐다. 타피는 사르코지의 후원자로 2007~2010년 엘리제궁을 18차례나 드나들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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