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창업] 몸값은 과학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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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유통업체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K씨(29)는 최근 자신의 미래 설계를 위해 한 헤드헌팅 업체를 찾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고 당장 이직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성공한 직장인으로 생존할까라는 고민 끝에 자신의 경력관리에 대해 조언을 받은 것이다.

컨설팅 업체는 그의 ▶적성▶외국어 구사 능력▶대학 전공▶원하는 연봉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지금 하고 있는 직종을 바꿀 것을 조언했다. 컨설턴트는 관리직에 근무하는 그에게 일단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외국인 상사들의 매장 관리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줘 그는 최근 매장 근무를 자청했다.

당장 회사를 옮기려고 하지는 않지만 체계적으로 경력관리를 하고자 헤드헌팅 업체를 두드리는 2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동차 회사에 들어간 Y씨(28)도 최근 주 5일 근무를 할 수 있는 외국계 기업이나 연봉이 높은 기업으로 이직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히고 경력 관리 상담을 받았다. 그는 컨설팅 업체의 조언에 따라 일과 후에 경영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명문대 출신의 L씨(28)는 헤드헌팅 업체의 지원으로 지난해말 원하던 외국계 기업에 취업했다.

L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이직을 준비하다보니 구체적인 취업 정보나 준비요령을 몰라 컨설팅을 받게 됐다"며 "원하는 직장에 취직했지만 경력관리를 위해 컨설팅을 계속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채용업체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5천3백여명을 대상으로 '경력관리'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직장인들이 이직 등을 위해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3.1%가 경력 관리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특히 2, 3년차 정보기술(IT).전문직 직장인들 사이에 이같은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효율적인 경력관리를 위해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을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75.7%에 달했다. 경력관리 컨설팅을 받고 싶은 분야는 '리스크 관리법'이 24.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이직 성공법(21.3%)▶커리어 플랜(19.2%)▶전문분야 직무 심화교육(18.4%) 등의 순이었다.

이런 추세가 확산되면서 인재 중개업에 전념하던 헤드헌팅 업체들도 직장인 경력관리 컨설팅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채용정보 업체가 늘어나면서 단순히 인재를 찾아주는 일만 해선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헤드헌팅 업체인 타이거서치의 정시돈 본부장은 "어떤 업무 경력을 쌓아야 자신에게 유리한지, 이직은 언제 하는 게 좋은지를 묻는 신세대 직장인들이 많다"며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유형별 경력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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