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 대출 금리 연 5%대로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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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가 크게 낮아졌다.

시중에 떠도는 돈이 주로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으로 몰리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 금리가 연 5%대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은행들은 줄어든 대출 이자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예금 이자를 속속 내리고 있다.

떠도는 자금 급증→채권.CD 금리 하락→대출 금리 하락→예금 금리 하락→떠도는 자금 급증의 순환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떠도는 돈 몰려 CD 금리 급락=이달 초 연 4.9%던 CD 금리는 지난 24일 연 4.56%로 0.34%포인트나 떨어졌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3백70조원이나 되는 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부동자금이 확정 금리가 보장되면서 원금을 떼일 염려가 거의 없는 CD 등에 몰려들면서 연일 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투신운용 박성진 팀장은 "돈이 갈 곳을 몰라 헤매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금리도 덩달아 하락=현재 대부분 은행들은 CD 금리에다 약간의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매기고 있다. 따라서 CD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금리도 자동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24일 연 5.83~5.93%까지 하락했다. 대출금리가 과거 사흘간 평균 CD 금리에다 1.25~1.35%포인트를 더해 자동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달 초 연 6%대 중반에서 최근 6%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국민.외환.신한은행은 최저 연 6.1%선에서 담보대출을 해주고 있으며 우리.조흥은행도 최저 연 6.3% 수준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반면 기업.하나은행은 CD 금리와는 별도로 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에다 고객별 신용도.거래실적 등에 따라 대출금리를 확정해 CD 금리 하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금 금리도 잇따라 인하=은행의 '돈 장사'는 예금 이자를 적게 주고 대출 이자를 많이 받는 것인데 대출 이자가 줄어드니 예금 이자를 깎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 대출 금리가 더 떨어지면 예금 금리도 함께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내린 데 이어 최근 0.1%포인트를 더 내렸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5%에서 4.8%로 낮아졌다.

기업은행도 최근 주택청약예금.정기적금.상호부금 등 주요 금융상품의 금리를 0.1%포인트씩 인하했고 국민은행도 저축.보통예금 등 수시 입출금식 상품의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이 밖에 신한은행도 이달 초 금리를 소폭 인하한 데 이어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며 외환은행 등도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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