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겹살로 만든 달착지근한 갈비,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비 내리는 날에 먹는 파전이 유독 맛있는 이유가 소리 때문이다. ‘쏴아’하는 소리와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전 익는 소리는 왠지 닮았다. 날씨가 끄무레한 날이나 비가 훌쩍 오는 날이면 필자는 전만큼이나 맛있는 갈비가 더욱 당긴다. 쫀득한 갈빗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달착지근한 간장 양념 맛이 좋다. 가장 친숙한 맛이 아닐까 싶다.

어릴 적 반찬 없을 때마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밥에 참기름과 버터, 간장을 넣고 살살 비벼 주곤 했다. 한국인의 간장 사랑은 아마 그때부터일 것이다. 자글자글 끓여먹는 전골식 불고기는 그래서 너도나도 사랑한다. 일본에서도 생고기 못지않게 즉석양념육인 야키니쿠를 즐겨 먹는 것을 보면 간장 베이스 양념은 확실히 중독성이 있다.

간혹 고기 맛 좀 안다는 식도락가라면 양념육보단 생고기를 찾아 먹는다고 하지만 잘 만든 갈비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에 매력적인 메뉴다. 비 내리는 저녁에 맛본 삼겹수제갈비, 과연 그 맛은? 아침부터 날씨가 우중충하다 싶더니 금세 비가 내렸다. 쫀득한 갈비 한 점에 소주 한잔이면 충분할 날씨였다. 마침 도봉구 방학동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지인과 근처에 있는 <맛보고 갈비둥지>를 찾았다.

이 집은 오래 전부터 한 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이다. 대구에서 10년 넘게 수제삼겹갈비전문식당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인데 정작 필자는 대구 출신이면서도 가본 적이 없다. 다행히 <갈비둥지>의 서울버전이 얼마 전 이 근처에 오픈했다.

한돈수제삼겹갈비(250g 1만4000원)를 먼저 주문했다. 갈비는 초벌 상태로 나온다. 매장 입구의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종업원이 계속해서 갈비를 열심히 굽고 있다. 테이블에서는 한 번 더 익혀 따뜻한 상태로 먹기만 하면 된다. 지방과 살코기가 적당한 비율로 자리 잡았다. 방금 초벌을 끝냈는지 윤기가 돈다.

평소 봐왔던 갈비와 모양새가 조금 다른 듯하다. 사실 시중에서 우리가 사먹는 돼지갈비는 대부분 목살을 덧붙여 만든다. 100% 갈비 부위는 작업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집은 그 흔한 목살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갈비도 아닌 것 같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다른 부위라고 설명한다. 돼지 갈비뼈는 총 13개인데, 그 중 5번에서 13번까지의 부분을 일일이 포를 떠서 만든단다. 쉽게 말해 우리가 흔히 아는 삼겹살 부위를 간장 베이스 양념에 버무려 ‘갈비’로 만드는 것이다. ‘수제삼겹갈비’의 이름에서 모든 설명이 가능한 셈이다.

촉촉한 양념갈비는 술 도둑이다. 우선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한 비율로 분포돼 있어 식감이 아주 부드럽다. ‘고기는 씹는 맛’이라며 터프한 식감을 선호하는 이들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쫀득쫀득한 ‘저작감’도 있다. 달착지근한 양념 때문도 있지만 적당한 두께 때문이기도 하다. 양념 간이 고기에 얼마만큼 충분하게 배느냐가 관건인데 이집은 6~8mm가량으로 잘라 낸다.

양념이 구석구석 배면서 부드럽고 적당히 씹는 맛까지 살릴 수 있는 두께란다. 특히 목살보다 지방질이 많은 삼겹살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로지 식감만을 위해 두껍게 썰면 자칫 느끼할 수 있다는 것이 주인장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지나치게 짜거나 달지 않다. 간혹 고기 냄새를 없애려고 한약 성분을 과하게 넣는 경우도 있는데, 이집은 그렇지 않아서 제법 깔끔한 편이다.

양념 맛의 비법은 간장과 물의 비율, 그리고 <맛보고 갈비둥지>에서 직접 담근 효소다. 물과 간장을 6대1 비율로 배합한 후 매실효소나 복숭아 효소를 넣어 단맛을 낸다. 물엿이나 설탕으로만 단맛을 낼 때보다 달착지근한 풍미가 깊고 진하다. 결코 가볍고 혀끝으로만 맴도는 달착지근함과는 다르다. 주인장은 “양념에 효소를 넣으면 육질의 탄력이 붙고 고기의 부패도 막아 고기가 더 맛있다”고 설명한다.

양념 레시피 만큼 숙성도 중요하다. 간장 베이스 양념에 고기가 푹 잠길 만큼 넣고 하루 정도 냉장 보관한다. 이때 숙성통에 고기와 양념을 담는 비율도 일일이 체크한다. 보통 고기 20kg 기준으로 16kg의 양념을 정확하게 넣는다. 맛있는 갈비도 중요하지만 일정한 맛을 내는 것도 만만찮게 중요한 일이란다. 잘 구워진 갈비를 연이어 집어먹었다. 계속해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역시 소주와 양념갈비의 마리아주는 주당에겐 특별하다.

식탁에서도 ‘감초’ 역할이 필요하다. 푸짐한 채소류와 새콤한 장아찌로 갈비 풍미 배가 지금까지 먹어봤던 돼지갈비가 그냥 커피라면, 이집의 수제삼겹갈비는 ‘T.O.P’다. 우선 갈비 맛을 받쳐주는 사이드 찬이 훌륭하다. 큼지막한 대접에 채 썬 파와 콩나물, 양파, 잘게 썬 상추가 가득 남아나온다. 양념이 담긴 개인 접시에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도록 한 것이다. 쌈채소 접시에는 상추와 깻잎, 오이를 담아내는데 썰지 않고 통째로 올린 오이가 인상적이다. 오리엔탈 소스에 버무린 부추샐러드도 추가로 나온다.

고깃집에서 채소류는 서비스 품목인 데다가 최근 값이 많이 올라서 계속 추가주문하기에 손님 입장에선 간혹 미안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채소류가 이렇게 푸짐하다 못해 풍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나오니 기분이 좋다.

매장에서 직접 담근 장아찌 종류도 만날 수 있다. 해마다 종류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방문한 날은 고추, 무, 배추, 깻잎 장아찌를 냈다. 각각의 식재료가 지닌 향과 발효된 간장 양념의 톡 쏘는 맛이 갈비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지인과 갈비 3인분에 소주 두어 병을 너끈히 비우고 난 후 냉면(6000원, 후식용 5000원)으로 마무리 했다. 역시 고기를 먹고 난 후 입가심용으로는 냉면이 좋다. 선육후면(先肉後麪)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밥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우소고기국밥(5000원, 후식용 4000원)을 주문해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경상도식의 육개장 국물에 한우고기와 무, 파 등의 채소를 푸짐하게도 담아낸다. 칼칼하면서도 얼큰한 국물 맛에 식사 마지막 순간까지 든든하다. 주당이라면 후식용 한우국밥에 남은 소주를 비우는 것도 좋겠다.

손질부터 양념 숙성, 초벌, 그리고 푸짐한 반찬과 사이드요리까지 좋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주인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오랜만에 소주 한잔과 함께 포식을 했다. 밖을 나서니 비가 그쳤다. 술기운이 올라 알딸딸해진 기분이 오늘따라 반갑다. 기분 좋게 배부른 저녁이다. (맛보고갈비둥지 전화 :02-3494-5585 주소 :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716)

<이 기사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르며,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