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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쟁탈전 10대 1' 진로 입찰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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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30일 서울 태평로 메릴린치증권 서울 사무소. 올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인 소주업체 진로의 입찰서를 접수하는 곳이다. 마감인 오후 3시가 가까워지면서 한산하던 접수 창구가 갑자기 북적였다. 2시까진 예비실사를 마친 12개사 중 3개사만 입찰서를 냈었다. 대학입학 원서접수 창구에서나 볼 듯한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진 것이다.

진로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증권 측이나 법정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마감이 지나도 공식 발표를 삼갔다. 입찰서를 낸 기업 숫자도 알리지 않을 정도였다. 업계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12개사 중 외국계 2곳을 제외한 10개사가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0대 1의 경쟁률이다. 입찰 참여 업체는 두산.하이트.오리엔탈 컨소시엄(무학.금복주) 등 주류회사들과 롯데.CJ.대상.동원 등 식음료 회사들, 대한전선.태광산업.CVC 등이다.

이들 회사도 얼마를 써냈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업계에선 대부분 입찰사들이 진로의 주요 채권자인 골드먼삭스가 평가한 진로의 기업가치 3조6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인수 가격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J.두산.롯데 등 주요 업체들은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입찰했다'는 입장이다. 한 입찰 참여사 관계자는 "어제 밤새 최종 회의를 한 끝에 세 개의 가격을 마련했다. 입찰 당일 분위기를 봐서 그중 하나를 써냈다"고 밝혔다. 막판에 새로운 변수가 떠오르기도 했다. CJ가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일본 기린맥주와 관계를 끊었고, 대한전선의 파트너로 참여했던 오비맥주의 최대주주사 인베브가 결별을 발표했다. CJ는 보도자료에서 "한국에서는 일본 관련 여론이 악화돼 일본 자본과의 협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J는 기린맥주 대신 국내 사모펀드인 칸서스자산운용을 파트너로 선택했고, 이밖에도 크고 작은 국내외 사모펀드가 진로 인수전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경쟁사의 정보를 빼내려는 것 말고도 흑색선전.역정보 흘리기 등 다양한 전술이 총동원됐다.

◆ 일정과 전망=법원은 입찰서를 평가한 뒤 이르면 31일 한 곳 이상의 우선협상대상자에게 개별통보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예비협상대상자도 선정할 수 있다. 입찰서 평가기준에 미달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인수 의향서 제출부터 절차를 다시 실시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이행보증금 700억원을 내고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진로에 대한 정밀실사를 한다. 이후 인수대금의 10%를 예치하고 본계약을 체결하는 수순을 밟는다. 계획대로 된다면 이르면 7월까지 매각절차가 마무리된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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