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영화의 문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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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옛날 「스파르타」에서는 청소년들의 군사훈련을 위해 달리기·뛰기, 그 밖의 온갖 기예를 권장했다고 한다. 장성해서 훌륭한 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도둑질도 잘해야 한다고 하여 절도마저도 권장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하나 기이한 것은 도둑질은 권장하나 역시 그러면서도 처벌했다는 것이다. 얼핏보면 이해 할 수 없는 자가소착인 것 같다. 그러나 나라는 도둑질을 권장하되 적발되면 처벌하는 것은 그 기법이 참신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던 것이다. 유능한 도둑은 적발되지 않고 하기 때문에 도둑놈이 아니라는 논리가 전제되어 있다.
근래까지도 국산영화를 볼 때마다 「스파르타의 도둑」을 생각게 된다. 두, 세 편만 보고 나면 웬만한 두뇌의 소유자라면 「국산영화의 문법」을 간단히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불량배와 순진한 아가씨의 사랑-사랑의 교화로 새 출발을 결심한 사나이는 왕초의 협박이나 돈이 아쉬워 재범행-철창신세. 그러고 또 한가지 통칙은 「라스트·신」에, 무덤이 등장하는 것이다.
무덤주위에는 으례 흐느껴 우는 주인공이 있고, 그 가에 다시 고개를 수그린 대열이 있고, 때로는 먼발치에서 바라다만 보는 장면도 있다. 무덤으로 인생의 종말을 그리면서도 출생의 산실을 「클로스·업」하지 않는 것은 영화윤리 때문일까.
그리고 우리 영화의 화면에는 으례 권총이 등장하고 깡패가 난무한다. 「깡패활극」의 편수는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으나 국산영화 「팬」이라면 거리를 마음 놓고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깡패가 난무하는 사회」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컷 얻어맞고 싶거나 남을 때려 누이고 싶어하는 「새디스트」나 「마조이스트」의 낙원이 여기에 있다. 더구나 TV라는 「안방극장」에 까지 깡패가 난입하니 앞으로 자식이 제 아비를 치는 「근친난타실극」에까지 번져나가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계도와 윤리가 앞서고 수법이 참신해져야 한다. 국산영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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