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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한국…日사진작가 회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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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965년 9월, 보슬비 내리는 서울 거리를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이 묵묵히 걷고 있는 사진 한 장이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회담을 반대하는 그들의 얼굴은 비통하나 발걸음은 꿋꿋하다(사진).

60년대부터 최근까지 40년에 걸쳐 한국을 찍어온 일본 출신의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桑原史成.67)는 "60년대 한국의 한복판을 지나는 서늘한 느낌을 준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잡은 이 순간은 역사의 현장이면서도 설명할 길 없는 인간의 그늘을 짙게 드러내고 있기에 평범한 보도사진과 다르다. 64년부터 일본 잡지 '다이요(太陽)'와 '주간 아사히'를 위해 일해온 그는 "격동하는 한국, 그 가장 어려운 땅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어 가장 행복한 사진기자였다"고 회고했다.

28일부터 2월 2일까지 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는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은 65년 한.일 국교 정상회담에서부터 87년 민주화운동까지, 한 이방인 보도사진가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이다.

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은 베트남 파병, 청계천변 풍경, 텍사스촌의 아가씨들은 지금 사라졌지만 그가 찍은 흑백 사진들은 사연 많은 이야기 꾸러미가 되어 살아 남은 이들의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2001년 일본 도쿄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 숨진 유학생 이수현을 기리는 추모전이다. 2000-9737.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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