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기부’서 ‘함께 성장’으로 … SK식 모델 체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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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서울 부암동에서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해 연탄을 나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70여 가구에 11만 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2004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 회장은 “경영의 목표를 이윤 극대화에서 직원과 주주, 지역 사회, 이해 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계속하려면 이웃과 사회가 지속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SK의 ‘행복 경영’은 이윤 극대화가 아닌 사회의 행복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SK의 사회공헌은 일회성 기부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최 회장의 이른바 ‘SK식 사회공헌 모델’로 체계화됐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기업으로서 이윤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 지원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06년 24시간 영유아 보육 사업을 지원하면서 사회적 기업 활동의 첫발을 내디뎠다. 2008년엔 통일부,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 등과 손잡고 종이상자 제조기업인 ‘메자닌아이팩’ 설립을 지원했다. 또 사회투자지원재단·열매나눔재단 등과 함께 친환경 블라인드 제조업체인 ‘메자닌에코원’ 설립에도 힘을 보탰다. 2011년에는 SK이노베이션이 기획부터 설립·운영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챙기는 사회적 기업 ‘행복한농원’을 설립했다. 행복한농원은 꽃과 관목을 재배·판매하고 조경 사업을 벌이는 사회적 기업이다.

한편으론 SK식 사회적 기업 모델의 해외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페루 야차이와시 지역에 농촌진흥센터 ‘SK 친환경 농원’ 1호점을 열었다. 빈민 가구에 농업 기술을 제공하고 농기구 대여, 판로 지원 등을 통해 참여 농가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 달 2호점을 개설할 계획일 정도로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매해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통해 7만여 포기의 김치를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장애인 등에게 전달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사랑의 연탄 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최관호 SK루브리컨츠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이 직원 50여 명과 함께 서울 부암동 일대에서 연탄 나눔 활동을 했다. 지난해에만 서울·울산·인천 등 SK이노베이션 사업장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370여 가구에 11만 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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