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행복 찾기] 외국 근로자와 '한국의 정' 나눠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조선대 유영태(柳榮泰.45.기계공학)교수는 지난 23일 동료 교수.학생 등과 함께 광주 하남공단을 찾았다. 중소업체 네곳을 차례로 방문, 베트남.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26명에게 방한복과 인형 등을 선물했다.

조선대 교수들이 주축이 된 봉사모임인 '아름다운 나눔의 실천회(약칭 아.나.실:회장 徐在烘 의대 교수)'가 설을 앞두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현장이다.

이들은 지난 연말 공단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치약.칫솔.비누.샴푸 등 일용품을 전달했다.

柳교수는 "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는 자세로 인정을 베풀어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활동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처음엔 외국인 근로자들이 크게 당황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듯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문이 거듭되면서 이제는 회원들을 크게 반긴다.

지난해 2월부터 현대하이테크㈜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주하디(32)는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한국인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귀국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물받은 곰인형을 꼭 껴안고 눈물을 글썽이는 근로자들도 있었다.

최근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입국해 남선하이테크㈜에서 일을 시작한 중국인 왕언융(37)은 "한국인 근로자와 업주 등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짐승처럼 대한다는 소문에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가족처럼 대해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나.실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의사 회원들이 자매결연을 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객지에서 건강을 해친 이들을 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학생 회원인 양호동(26.조선대 기계공학4)씨는 "그들은 물질적인 도움보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바라는 것 같다"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국경이란 게 지리적 구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적립된 회비 8천여만원으로 ▶청소년 후원과 장학금 지원▶독거노인 위문▶소년소녀가장 돕기▶외국인 근로자 돕기 등의 활동을 벌였다.

매월 한 차례 이상 무의탁 노인들을 방문, 말벗이 돼주고 청소.잔심부름도 해준다. 노인들을 모시고 경로잔치에 참석하고 관광길에도 나선다.

이 모임의 재무를 맡고 있는 김병록(40.조선대 법대)교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며 "시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chunc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