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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돌아온 왼손' 미켈슨 또 연장전서 우승

중앙일보

입력

공좀 치워주죠"

필 미켈슨이 70m 피치샷을 앞두고 이미 그린에 올라가 있는 버거니오의 볼을 치워달라고 요청하자 갤러리는 물론 대회 진행요원들마저 의아해 하는 기색이었다.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도 아닌데 그 볼이 방해가 된다고…?

그러나 미켈슨의 요청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샌드웨지로 깎아친 미켈슨의 세번째 샷은 홀컵을 약간 지나쳐 볼마크 인근에 떨어진 뒤 강력한 백스핀이 먹혔다. 강력한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약 3m를 되돌아나온 볼은 홀컵 10㎝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무지막지한 워터 해저드 바로 앞에 위치한 홀컵을 공략하려면 볼을 여유있게 그린에 떨어뜨린 뒤 다시 홀컵을 향해 빨려들게 만드는 강력한 백스핀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버거니오의 볼은 미리 치우는 게 안전하다. 쇼트게임의 달인 미켈슨의 진면목이 재삼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돌아온 왼손잡이' 필 미켈슨(32.미국)이 미국 남자프로골프(PGA)봅호프 크라이슬러클래식(총상금 4백만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역전 우승, 우승상금 72만달러(약 9억4천만원)를 거머쥐었다(http://www.pgatour.com).

4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3위였던 미켈슨은 21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라퀸타 PGA웨스트 파머코스(파72.6천2백55m)에서 열린 최종 5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쳐 합계 30언더파 3백30타로 데이비드 버거니오 주니어(33.미국)와 공동 1위를 기록한 뒤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파5.4백79m)에서 열린 연장 첫번째 홀에서 버거니오는 약 2백70m의 호쾌한 장타를 날렸고, 미켈슨의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누가 봐도 미켈슨의 위기. 그러나 골프는 구력이 말하며, 결과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1997년 PGA 입문 후 한번도 우승해 보지 못한 버거니오의 샷에는 긴장한 탓인지 힘이 잔뜩 들어갔다. 투온을 노리고 4번 아이언으로 친 그의 세컨드샷은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넓고 깊은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반면 노회한 미켈슨은 세컨드샷으로 볼을 페어웨이에 안전하게 올려 놓은 뒤 세번째 피치샷을 그림처럼 핀에 바짝 붙였다.

미켈슨은 이번 승리로 PGA 투어 20승을 기록함으로써 34번째로 '평생 출전권'을 따낸 선수가 됐으며, 연장전 통산 5승1패를 기록해 '연장전의 사나이'로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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