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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인 경제인 한국 공부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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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제대로 알자"

주한 외국경제인들의 '한국 공부하기' 열기가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주한 외국경제단체나 기업체 임원들에게는 토론회를 열거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연을 듣는 일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됐다.

일부 외국기업인들은 한국 관련 법이나 제도, 비즈니스 여건 등을 연구하는 연구모임까지 만들었으며, 한국어 공부에 본격적으로 나선 외국 기업인도 갈수록 늘고 서고 있다.

주한미상의(AMCHAM.암참)이나 EU상의(EUCCK)는 산하 분과위원회를 통해 각종 세미나.토론회, 전문가 초빙강연을 열어 회원들의 '한국 배우기'을 돕고 있다.

암참 관계자는 "외국기업인들이 예전에는 한국 근무를 잠시 스쳐가는 자리 정도로 생각해 '한국 공부'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최근엔 한국에 대한 분석이 큰 업무 중의 하나가 됐다"며 "한국을 떠날 때도 반드시 한국 분석자료를 본사에 전하거나 후임자에게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과 외국기업의 '스터디그룹'=외국기업 국내 법인의 지사장급 임원들과 외국은행 대표 등이 지난해 만든 코리아글로벌포럼(KGF)이 대표적 '스터디그룹'이다. 귄터 슈스터 지멘스코리아 사장, 미쉘 깡페아뉘 알리안츠제일생명 대표등을 포함 20여명의 미국.유럽.일본계 기업 대표들이 이 모임의 멤버다.

KGF는 약3개월에 한번씩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세미나.토론회를 열고 있다. 주제도 한국의 노사 문제, 각종 법률.제도, 경영 환경 등에서부터 다국적 기업들이 겪는 이(異)문화 충돌 현상까지 다양하다.

포럼 회원인 김완순 박사(산업자원부 외국인 투자 옴브즈맨 사무소)는 "친목 모임으로 출발했으나 참석자들 사이에 전문적인 한국 지식 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스터디그룹 형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와 있는 외국기업의 상근 고문변호사(인하우스 카운슬)들은 1998년 초 인하우스 카운슬 포럼(IHCF.회장 이원조 한국IBM 고문변호사)을 만들었다.

이들은 두달에 한번씩 각 회원사 회의실에서 모임을 갖고 증권거래법.약관규제법.전자상거래법 등 한국 법률과 비교광고.공정거래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토론을 벌인다.

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휴렛 팩커드 등 다국적 기업과 JP모건.살로먼 스미스 바니 등 금융기관,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 기업의 고문변호사 38명이 회원이다.

이원조 회장은 "친목과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날이 갈수록 전문적인 한국 법률과 제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2시간 이상 치열하게 토론을 벌인다"면서 "앞으로는 외국 법률회사에서 일하지만 한국 관련 업무를 하는 외국 변호사에게도 준회원 자격을 줘 참석 멤버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일하기 위해 한국어 배운다=독일계 미디어 그룹의 한국 법인인 베텔스만 코리아 타힐 후세인 사장의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지난 97년 부임한 이후 5년째 다진 한국어 실력이 직원들과의 대화나 업무상 만나는 국내 출판사와의 미팅에서도 어려움 없을 정도다. 후세인 사장은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한 마케팅을 해야하는 업무 특성상 한국어 익히기는 실무와 업계 정보 수집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JVC코리아 이데구치 요시오 사장은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서울 재팬클럽을 찾는다. 그는 이곳에서 3시간씩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요시오 사장은 "한국어를 익히는 이유는 외부사람을 만나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려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 신문과 각종 자료를 수집해 한국을 제대로 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활발한 외국경제단체의 연구 활동=암참.EU상의 등 주한 외국경제단체들은 산하 분과위원회(committee)를 창구로 각종 세미나.전문가 초빙 강연 등을 열고 있다. 회원들이 한국을 잘 파악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암참 산하 31개 분과위원회는 각계 전문가들을 불러 현안을 묻거나 논의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피에트로 도란 암참 부동산분과위원장(모건스탠리 리얼에스테이트 펀드 상임 고문)은 "그동안 외국기업인들의 모임은 친목을 다지거나 취미활동 수준의 '한국문화 익히기'정도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몇년새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급속히 커지면서 한국 소비자와 한국 시장에 대한 연구와 분석 작업이 본사에서도 무게를 두는 주요 과제로 떠 올랐다"고 말했다.

22개 산하 분과위원회를 운영 중인 EU상의는 올해는 새롭게 건설 SOC.미디어 분과위원회 등 2개 분과위를 신설할 계획이다.

특히 EU상의는 그동안 회원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정도였던 분과위 활동에서 벗어나 국내 각계 전문가들을 초빙하는 전문적 세미나로 키울 방침이다.

EU상의 관계자는 "산하 인적자원(HR)위원회의 경우 핫 이슈가 될 노사(勞使)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민주노총 등 한국의 노동단체 대표들을 불러 난상토론 방식의 간담회를 열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섭.표재용 기자 don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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