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차베스 독살 여부 조사” 야권 후보 “전형적 대선용 술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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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12일(현지시간) 2년 암 투병 끝에 사망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인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차베스는 생전에 “내 병이 미국이 주입한 독 때문인 것 같다”는 말을 했지만, 장례식을 치르면서 이 주장은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권한 대행은 이날 국영 TV에 출연해 “우리 대장이 암흑의 세력에 의해 독살됐다는 직감이 들었다”며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불러 진실이 무엇인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연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야권연대 단일 대통령 후보인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 주지사는 “차베스 대통령의 죽음을 다음 달 14일 대통령 선거 직전까지 끌어가려는 전형적인 차베스 스타일의 음모이론”이라고 말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4월 2~13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양 진영이 선거전에 뛰어든 것이다. 마두로는 연일 각종 매체에 출연해 “나는 차베스가 아니지만 그의 아들이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차베스가 손수 고른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양 진영의 폭로는 이미 진흙탕 싸움 수준이다. 마두로 측은 카프릴레스가 미국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라며 뉴욕 호화 아파트의 사진을 공개했다. 또 그가 미국에서 받은 로스쿨 학위가 가짜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카프릴레스 선거 캠프에선 여당이 야권연대 후보 등록을 막기 위해 무력을 동원했다고 받아쳤다. 이들은 또 “차베스 대통령이 정확히 언제 사망했는지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프릴레스 진영의 분투에도 현재까지 마두로가 우세다. 이변이 없는 한 그가 다음 달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 대통령 애도 분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점도 마두로 진영의 호재다. AP통신은 차베스 티셔츠, 모자, 말하는 인형 등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카라카스 기념품 상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이미 한 차례 대선에 나와 차베스에 패한 카프릴레스가 어떤 반전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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