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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원서를 내면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시험이』이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해마다 입학기만 되면 끈덕진 집념으로 등장하는 것이 「학교의 신분화(身分化)」개념.
학부형의 일류병이 동심을 구기기가 일쑤다. 누가 뭐래도 아랑 곳 없다. 「전기 일류중학」의 미련 때문에 후기지망을 버리고 「재수」를 택하는 일이 적지 않다. 결과는 비참할 정도의 수확인데도 한사코 일류교만을 찾는다.
66학년도의 서울시내입시당시 전년도 미진학자 1만여명 가운데 재수생이 약30%였는데 이들중 30%정도가 간신히 진학하고 나머지는 또다시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는 당국의 집계. 하지만 67학년도에는 재수생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당국자는 내다본다.
66학년도 중학교입학생부터는 「동일계 인문고교 의무시험진학」특전이 생겼기 때문.
현재 전국의 중학교 수용능력 31만6천3백20명중 12만7천1백40명, 9백79개교가 인문고교 병설중학(실업고교 병설중학=2백52개교 7만5천6백60명, 단설중학=6백5개교 10만6천3백80명)이다.
이같은 학제개편의 여파가 ①교육의 기회균등 내지 학교선택의 자유를 막고 ②재수의 구미를 돋우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보는 이도 잇다.
『한번 재수하여 성공(합격)하면 고교까지 6년 과정을 무시험으로 진학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타산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학당국자들은 중학입시의 「재수가치」를 혹평하면서 학부형의 허영심이 고쳐지기를 간곡히 바라고 잇따.
이러한 진학의 몸부림은 일부 어머니들을 복술가에 몰리게 하는 기현상을 빚어내고 잇다.
『얼마나 안타까우면 점까지 치겠느냐』는 동정론이 튀어나오니 탈이다.
입학「시즌」인 요즘 자모들이 점괘를 얻어 오고 이 점괘를 어리니에게 지키도록 강요해 각가지 우스운 일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좀 이름난 점복가의 집엔 하루평균2백 내지 3백명의 부인네들의 찾아들고 있는데 그중 약 절반이라고.
마포 도화동에 있는 집은 부적을 써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새벽에 찾아가 부적을 얻어 몸에 지니면 입학은 문제없다는 소문이나 부적을 얻으러 오는 사람이 새벽 5시쯤부터 줄서고 있다.
한 점장이는 『담임선생 얼굴을 보면 떨어진다』고 점괘를 내어 자모가 이를 강요해 학교에 가는 어린이가 담임선생 얼굴을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시험치르는 날에는 일진이 나쁘니 의정부로 돌아서 가도록 점괘가 나오기도.
또 시험날 아침에는 아무 말도 말고 가야지, 말을 하면 떨어진데서 이를 강요하는 자모도 있다는 것. 또 아무 소리 않고 어깨를 탁 치고 어린이가 깜짝 놀라지 않으면 합격된다는 점괘도 있는데 놀라지 않을 어린이가 있을지?
여러 가지 「넌센스」가 연출되는 가운데 21일부터 전기 중학입학원서 접수가 시작됐다.
아무쪼록 어린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가정에서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거듭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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