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레슨 받는 김미현 '화이팅'

중앙일보

입력

'슈퍼땅콩' 김미현(25.KTF)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윙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모험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기자는 '좀 더 일찍 스윙을 바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 전인 1999년 기자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필 리츤 골프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LA여자오픈에서 선전했던 김미현의 스윙이 계속 TV에 잡혔다. 들은 풍월로 "김미현의 스윙이 나쁘지 않으냐"고 묻자 리츤이 "아주 좋은 스윙"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

"클럽 헤드가 땅에 닿을 듯 지나친 백스윙이 어떻게 괜찮은가"라고 되묻자 리츤은 "물론 백스윙은 지나치다.그러나 나머지 동작은 아주 훌륭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미현의 나이가 당시 23세라는 것을 알고는 "빨리 스윙을 교정하면 좋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리츤은 "아무리 스윙이 나빠도 열심히 노력하면 이븐파는 칠 수 있다.그러나 결함이 있는 스윙으로 언더파를 치기는 힘들다"면서 "고칠 점이 많은 스윙은 결국에는 부상을 동반한다"고 했다. 국내 골프대회를 취재하다 보면 의외로 자신의 스윙을 놓고 고민하는 골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뭔가 샷이 잘못됐다는 것은 알겠는데 '누구에게 배울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97년 박세리가 미국에 진출한 뒤 국내 골퍼들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골프를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레슨프로'라는 존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영문학 전공자와 영어교육 전공자의 능력이 다른 것처럼 투어프로와 레슨프로의 능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 골프계에도 최근 레슨프로를 키우려는 기관이 생겨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역사도 짧고 여건도 좋지 않은 한국골프가 세계무대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열심히 배우자'는 한국의 교육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만학도' 김미현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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