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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공격 대비…美핵무기 한반도 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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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키 리졸브, 독수리 연습에 참여했던 미국 핵 잠수함 등이 훈련이 끝난 뒤에도 한반도 인근에 한동안 잔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핵우산 제공이라는 기존 합의에 따른 것이다. 핵우산이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이를 보유한 동맹국가의 핵 전력에 의존해 적국의 핵 공격에 대항하는 개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일본 오키나와나 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핵무기로 응징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반도 인근에 핵무기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에 참여한 무기들을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당분간 머물게 해 북한의 움직임을 살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4월 말까지 진행하는 독수리 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한·미 연합 대잠(對潛)훈련을 실시해 미군의 핵무기 탑재 장비들을 머물게 하고 이후 일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며 “어떤 장비들을 남길지 미국 측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잔류할 장비와 관련, 현 단계에선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핵추진 잠수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핵을 통해 보복하는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 앞서 북한은 최근 “미군이 무력으로 위협하면 정밀 핵무기로 서울과 워싱턴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한·미 양국 간에 이 같은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미국 특사 등을 통해 핵 수단을 통해 북핵에 대응할 필요성을 미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하며 “핵의 직접적 보유, 전술핵 도입, 미군의 핵우산 등 여러 가지 활용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미국을 활용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란 데 의견 접근을 봤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개발로 사실상 비핵화 선언이 유명무실화했지만, 우리는 비핵화 원칙을 지키면서도 북한을 압박하는 최선의 수단으로 핵우산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핵정책 박사 1호인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비핵화 선언을 논의할 당시 북한은 미국 장비들이 핵무기를 실었을 경우 한국 항구에 정박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인근에 접근하는 것 자체에 반대를 했지만 (선언문에선)결국 제외됐다”며 “핵무기가 통관되거나 육지로 들어오지 않으면 비핵화 선언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첫 국무회의를 열어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겠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하도록 하는 노력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북한은 각종 성명을 통해 주장했던 것처럼 11일 오전부터 판문점에 설치된 남북, 북·미 간 전화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정용수·강태화 기자  nkys@joongang.co.kr

◆핵우산(nuclear umbrella)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핵이 없는 동맹국에 핵전력을 제공함으로써 적국으로부터 핵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개념. 이전에는 핵전력으로 적국의 핵을 억지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엔 핵 공격을 사전에 막기 위해 재래식 무기도 동원하겠다는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 개념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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