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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 개발 않고도 북핵 억제수단 확보 … 한·미 윈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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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미가 연합훈련에 참가했던 미국의 핵무기 탑재 장비를 한동안 한반도 인근에 잔류시켜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키로 한 것은 미국의 핵전략과 우리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란 분석이다. 핵무기를 축소하겠다는 미국의 입장과 실제 핵개발을 하지 않고서도 핵무기를 보유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한 타협점인 셈이다.

 일본 오키나와와 괌에 배치된 핵무기를 잠정적이긴 하나 한반도 인근에 전진 배치키로 한 데는 북한의 3차 핵실험(2월 12일)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핵 보유 주장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엔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의 핵무기를 축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일본·대만 등 동북아지역의 핵무장이 도미노처럼 확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이르는 장거리 로켓을 보유한 상황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자칫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핵 개발을 하지 않고도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응 수단이 필요한 셈이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핵 진공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도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남북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없애기로 했다.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핵무기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모두 철수한 상태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로 서울을 정밀 타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오키나와나 괌에 배치돼 있는 미국 보유 핵무기를 한반도 인근으로 전진 배치함으로써 우리에겐 간접적으로 북한의 핵을 억제하는 수단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위배되는지 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이나 중국 등 핵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함정이나 잠수함 등 핵 탑재 장비들의 이동을 위해 해상에서는 비핵화 지대를 인정치 않고 있다”며 “항구나 공항 등에서 핵무기 통관 절차를 거쳐 육지에 들어오지 않으면 비핵화 선언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 6곳의 비핵지대가 있지만 해상에까지 비핵지대가 적용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북, 국가급 훈련 착수 안 해

이런 가운데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전쟁 도발의 기본은 기습이다. 궐기대회를 하고 전쟁을 하는 나라는 없다”며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연일 성명이나 주민 궐기대회를 통해 전면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군의 대비태세나 미군의 전쟁 억제에 대한 의지를 고려하면 실제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독재체제에서는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며 “특히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호전적으로 성장한 데다 정상적인 사고 능력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정상적인 판단을 한다면 전쟁을 일으킬 수 없겠지만, 긴장고조를 통한 북·미 대화를 노리는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다양한 형태의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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