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원들 세비10% 자진 삭감

중앙일보

입력

일본 국회의원들이 1947년 현행 국회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세비를 삭감키로 했다.

자민.공명.보수 등 3개 연립여당은 16일 국회의원 세비를 오는 4월부터 1년간 10% 삭감키로 합의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도 삭감에 찬성하고 있어 이대로 시행될 전망이다.

의원 세비는 1인당 월 1백37만5천엔(약 1천4백만원). 기말수당을 합치면 연간 2천3백57만여엔을 받아왔다. 수당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계획대로만 삭감해도 규모는 중.참의원을 합쳐 17억엔에 이른다.

연립여당의 결정은 세비 삭감이 자민당의 선거공약이었던 데다 구조조정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에서다.

자민당은 2000년 중의원 선거와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세비 삭감'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은 그동안 "경기침체로 정치헌금이 크게 줄었는데 세비마저 깎으면 어떡하느냐"며 반발해왔다.

자민당 집행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의원들에게 '떡값'을 지급할 때 관료를 지낸 중진들보다 젊은 의원들에게 1백만엔씩을 더 얹어주는 등 무마책을 쓴 후 '한시적으로 1년간 시행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해 동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연립여당은 정기국회에 국회의원 세비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법에는 '국회의원 세비는 일반직 국가공무원이 받는 최고액을 밑돌아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어 법개정 없이 세비만 깎을 경우 급여가 같은 도쿄(東京)대 총장 등 고위직 공무원들의 월급도 함께 낮출 수밖에 없다.

연립여당은 공무원 임금까지 연쇄 삭감할 경우 민간기업의 임금이 뒤따라 낮아지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판단해 법을 개정키로 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day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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