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은 꼭|서울로가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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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거리에는 수학여행은 학생들의 행렬이 눈에 많이 뛴다. 이들 대부분이 벽촌학생들이고 보면 먼저 그 쪼들리는 살림살이를 무릅쓰고 자녀들의 여행비용을 장만해준 부모들의 정성이 가상스럽다.
그러나 막상 수학여행길에 오른 이들 어린이들이 번화한 서울거리에서 무엇을 배우고 또 느낄것인가고 생각해볼때 수학여행단을 인솔해온 선생님이나 그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들은 깊이 생각해볼일이 있지 않겠는가 여겨진다.
교과서나 그림을 통해서만 보던 남대문이나 전차. 그리고 지하도와 여러고궁을 돌아보고 산지식을 얻는바도 적지않겠지만 화려한 거리와 각종 고급상품이 산더미갈이 쌓인 백화점 그리고 즐비하게 늘어선 술집간판들을 보고 과연 감수성이 빠른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느낄것인가? 백에 한번이라도 가난한 그들의 부모들을 원망하지나 않을는지?
또는 나도 가난한 농촌을 버리고 이 화려한 서울에 와서 살아야겠다는 무작정한 이농의 꿈, 서울에의 꿈이 싹트지나 않을는지? 더구나 비용을 아끼느라고 싸구려 하숙집같은데 철없는 아이들을 몰아넣었을때 그들은 밤거리 여인들의 추태를 눈으로 목목히 보고 무엇을 배울것인가? 수학여행을 떠나기전 인솔교사나 학부형들은 장소선택과 비용문제등을 충분히 고려해야될줄 믿는다. <서울종로구안국동79 노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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