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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친미』20년 탈피첫걸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에르하르트」가 이끄는 연립내각의 붕괴로 위기를 만난 서독의 기독교민주동맹은 10일 「쿠르트·게오로크·키징거」씨를 후임수상후보로 선출함으로써 집권을 계속하기 위한 태세를 재정비하기시작했다. 「키징거」씨가 수상후보로 선출됨으로써 서독은 전후 20년간 「아데나워」와 「에르하르트」에의해 견지해온 절대침미적인 외교노선에 변질을 가져올 하나의 전환점에 이른것같다.
분단된 국토위에서 미국의 맹방으로 등장했던 서독은 그동안 「나토」의 조직을통해 서구에서의 반공선봉국가의 역할을 해야하는것이 하나의 숙명이었다.
그러나 미·소간에 공존 「무드」가 짙어감에 따라 이념대결의 의의가 흐려져가는 작금의 국제정세 아래서 독일민족의 지적감각속에는 이념을 위한 민족적분단을 이 이상감당할 필요가 없으며, 동서의 이념에 구애됨이 없이 민족통일을 이룩해야한다는 사조가 굳어졌다.
이러한 사조는 특히 젊은세대속에서 더욱 뚜렷이 찾아볼수 있으며 새로운 독일민족주의의 대두가 「클로스·업」되고 있는것이 요즈음의 서독사회의 기풍이다.
이와갈은 사회적분위기를 배경으로하여 패체화한것이 지난6월 자민당이 결의한 「증탈반대」 정책이다. 그것은 서독정부가 주독미군 22만과 영군7만의 주둔비를 지불하기위해 미국으로부터 무기구입을 과중하게 계속하고 있는것을 견제하기위한 정책이었다. 서독정부가 주둔미군의 주둔비를 부담해야하는것은 월남전비조달에 어깨가 무거운 미국의 정치적압력 때문인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자민당은 바로 이러한 정치적 현실에 간접적인 견제작용을 하기로한 것이다. 이때 닥친것이 1967연도 예산안이다. 「에르하르트」는 총액7백39억「마프크」 가운데 약40억「마르크」의 재원확보가 어려워지자 이를 증세로 충당하려고 했다.
「멘데」 부수상등 4명은 이증세에 반대하여 지난10월27일 기민당과의 연정을 깨뜨리는 사표를 던진것이다.
「에르하르트」의 퇴진은 새로운 독일민족주의적 사회의 분위기와 대미일변도외교로인한 주둔미군의 경비부담, 이에대한 자민당의 견제작용이라는 큰줄거리가 원인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것이 옳을것이다.
「키징거」 씨가 앞으로 연방의외에서 과연 사민당과의 연정교섭에 성공할것인지, 또는 다시 자민당과 손을 잡을수 있을것인지, 서독정부의 안정회복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국과 서독의 동맹 자세에 상당한 영향을 줄것이다.<임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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