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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이 철벽 됐다, SK 문경은 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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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문경은 감독

프로농구 서울 SK는 지난 열 시즌 동안 딱 한 번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겉멋 든 선수가 많아 팀 플레이가 안 된다는 혹평도 들었다. 이번 시즌 문경은(42)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사령탑에 오르자 “스타 출신인 문 감독이 과연 선수들을 제대로 길들일 수 있겠느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초보 사령탑 문경은이 통념을 뒤집었다. 모래알 같던 SK가 정상에 올랐다. SK는 9일 전주 경기에서 KCC를 73-66으로 눌렀다. 41승9패가 된 SK는 4경기를 남겨두고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SK는 그동안 방성윤(31·은퇴)·김효범(30·KCC)·주희정(36) 등 거물급 선수는 많았지만 조직력 부족으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최근 5시즌 성적은 5-8-7-7-9위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2라운드 중반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홈구장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20경기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문 감독은 팀의 체질을 확 바꿨다. SK 선수들은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자유투 100개를 쏜 뒤 아침을 함께 먹는다. 문 감독은 “아침 훈련과 단체 식사는 SK의 전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조직력이 잡혀갔다. 경기 중 작전타임에 이름을 바꿔 부르는 실수를 해도 선수들은 그저 웃고 넘어간다. 감독과 선수가 끈끈한 신뢰로 뭉친 게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선수단 여건에 맞춰 센터를 두지 않고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을 도입한 용병술도 칭찬받을 만하다. 슈팅 가드에서 포인트 가드로 변신한 김선형(25·평균 12.2득점·4.7어시스트)은 결정적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문 감독은 “젊은 감독으로서, 농구대잔치 오빠부대의 첫 감독으로서 후배들에게 체면을 세운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농구계가 어수선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축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0일 경기에서 삼성은 97-67로 동부를 대파했다. KGC 인삼공사는 73-64로 LG를 눌렀다. 전자랜드도 81-68로 KT에 낙승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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