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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울 승객 40%가 먹는 기내식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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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 런던 히스로 공항의 다섯 번째 터미널인 ‘터미널5’의 외관. 2 브리티시 에어웨이(BA)가 비즈니스 클래스에 도입한 Z자형 좌석. 3 퍼스트 클래스의 실내등. 4 터미널5의 BA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콩코드 룸’의 바. [사진 브리티시 에어웨이]

런던 히스로 공항 북서쪽 해먼즈워스엔 브리티시 에어웨이(BA?British Airways) 본사가 있다. 워터사이드(Waterside)라는 이름의 이곳은 대형 유리돔 안에 건물과 정원을 배치해 작은 도시처럼 꾸며놓았다. 나무가 보기 좋게 심어진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자리 잡은 건물엔 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시아 등의 대륙 이름이, 건물 내부 회의실엔 세계 각 나라의 이름이 붙었다. 75개국 150개 노선 취항, 해마다 3600만 명이 이용하는 영국 최대 항공사답게 ‘세계적’이다.

거리엔 스타벅스와 바클레이스 은행, 헬스클럽과 미용실 등 직원 복지 시설들이 있다. 직원들은 지정 좌석 없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듯 사무실 아무 곳에나 앉아 업무를 본다. 사장실도 따로 없다. 90년 넘는 역사를 지녔지만 첨단 IT기업 사옥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창의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BA는 IMF 외환위기 이후 중단됐던 서울~런던 직항 노선을 14년 만인 지난해 12월 재개했다.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만난 제이미 캐시디(57·사진) BA 아시아·태평양·중동 총괄대표는 “한국인 승객 유치를 위해 런던 한인타운 뉴몰든을 중심으로 비즈니스석을 한정특가 70만원대에 내놓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석 달 만에 목표 예약률을 웃도는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BA에서 36년째 근무 중인 캐시디 대표는 히스로 공항의 전용터미널 사업과 1, 2등석 신규 개발 등을 맡았다.

-서울~런던 직항 노선을 재개한 이유는.
“영국과 한국 간의 비즈니스가 워낙 활발하기 때문에 수요가 충분하다고 봤다. 한국 대기업 가운데 런던에 지사를 둔 곳도 많다. 한국인 유학생도 날로 늘어난다. 언어장벽이 없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데 거부감이 덜한 20대 여행객도 잠재 고객이다. 물론 한국인들이 국적기를 선호하고 서비스 눈높이가 높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노인을 존중하는 경로사상 때문에 서양의 나이 든 승무원을 불편해하는 점, 장년층 이상 승객인 경우 영어를 쓰는 승무원을 꺼리는 것도 안다. 그런 까다로움에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기내 서비스에서 내세울 만한 것은.
“기내식 수준을 높이는 데 역점을 뒀다. 예를 들면 비빔밥이다. 서울~런던 간 승객의 40%가 비빔밥을 먹는다. 글로벌 기내식 업체인 게이트 고메(Gate Gourmet) 담당자들이 비빔밥 개발을 위해 취항 전 서울에 출장을 갔다. 삼청동 한 식당에서 돌솥비빔밥을 먹었는데 밥과 나물이 모두 뜨겁게 나오는 것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다른 항공사 비빔밥은 밥 따로, 나물 따로 나오지만 BA의 비빔밥은 밥과 나물을 모두 뜨겁게 데워 준다. 그래서인지 외국인들도 비빔밥을 먹는 데 거부감이 없다. 게이트 고메 담당자들은 하얏트 호텔에서 김치 담그기 강좌도 들었다. 기내식 김치는 구입해서 쓰지만 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맛은 어떻게 내는지 등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쌀은 현재 재스민쌀(태국쌀)을 쓰지만 한국산도 쓸 예정이다. 게이트 고메엔 한국인 셰프도 2명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의 Z자형 좌석이 인상적인데.
“한국인 디자이너 이돈태 탠저린 공동대표가 음양의 원리를 응용해 개발했다. 6피트 6인치(약 2m) 길이에 180도로 눕혀지는 침대식 좌석은 지금은 여러 항공사에서 도입했지만 BA가 2000년 처음 내놓은 것이다. 좌석을 들고날 때 서로 마주치는 걸 피할 수 있어 프라이버시를 좀 더 확보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이 있던데.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클래스 사이급인 ‘틈새 좌석’이다. 서울~런던 직항 노선에 이런 좌석이 있는 건 BA뿐이다. 아이가 없는 젊은 부부나 자녀를 다 키운 노년층 부부가 타깃이다. 비즈니스보다 저렴하면서 이코노미보다는 좀 더 쾌적한 좌석을 원하는 수요를 읽었다. 취항 석 달이 지났는데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거의 항상 만석이어서 만족스럽다.”

-기내식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은.
“이코노미 클래스 후식으로 나온 매실차다. 김치와 컵라면, 한국산 맥주를 제공하는 것도 한국 승객을 위한 배려다. 특히 라면이 없으면 한국 승객들이 아쉬워할 거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막걸리와 소주를 내놓는 것도 고려했다가 접었다(웃음). 한국인 승무원 확충이나 기내 영화에 한국어 더빙판이 적은 건 보완해야 할 점이다.”

-특별한 승객 관리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서울~런던 노선에서 하나 더 눈여겨볼 건 승객 정보 관리프로그램인 ‘노우 미(Know Me)’다. 직원들에게 아이패드를 지급,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승객에 대한 정보를 즉석에서 입력하도록 했다. 어떤 좌석에 앉는지, 짐은 몇 개 부쳤는지, 기내식은 뭘 주문했는지 등의 정보가 직원들 사이에 공유되고 데이터베이스로 남는다.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다.”

-저가항공과 경쟁이 치열한데.
“사람들에겐 항상 좋은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본다. 서울~런던 재취항 후 저가항공과 비교하는 글을 블로그 등에서 많이 봤다. 저가항공을 이용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BA 같은 일반항공으로 돌아올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4인 가족 승객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한 일간지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저가항공과 일반항공을 비교한 기사를 낸 적이 있는데, 수하물 추가요금이나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일반항공이 낫다는 결론이었다. BA가 공격적인 투자를 서슴지 않는 이유다.”

BA는 서울~런던 직항 노선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손을 봤다. 보잉 787 등 항공기 구입, 전 좌석 교체, 기내식 메뉴 개선, BA 전용터미널인 터미널5 리노베이션은 물론 라운지에도 공을 들였다. 이렇게 투자한 비용이 50억 파운드(약 9조원)에 달한다.

런던=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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