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안포 900문 꺼내 쏠 채비 남, 다연장로켓 서해 증강 배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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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호 05면

북한의 공격에 대한 대응 훈련을 위해 이순신급(KD-2)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현무-3 순항 미사일. [뉴시스]

북한의 대남 공세가 날로 험해지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례 군사 훈련에 대응하는 형식으로 원산 인근에서 대대적인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동원된 북한군 규모는 전례가 없을 만큼 대규모”라며 우려했다. 또 황해도의 4군단도 서울을 겨냥한 대규모 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모두 여차하면 도발로 이어질 수 있는 움직임이다. 9일에도 ‘핵보유국 지위와 위성 발사국 지위를 영구화하겠다’고 협박했다. 북한의 도발 유형과 한국의 대응을 알아본다.

북한 도발에 맞설 우리 측 대응 수단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실제 도발이다. 군 관계자는 “지금 한·미 연합 훈련이 진행 중인데 여기에 참가한 수상함을 북한이 어뢰로 공격하거나 해안포로 서해5도를 포격하고 해군 초계함을 대함 미사일로 공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신형인 ‘대동급 반잠수정’의 활동을 많이 늘렸다”고 말했다. 반쯤 잠긴 상태에서 운항하며 은밀히 접근해 어뢰로 기습 공격을 하면 증거를 찾기도 어렵다. 이 관계자는 또 “황해도 남쪽 해안 절벽에 배치한 900여 문의 해안포를 대부분 동굴에서 꺼내 언제라도 포를 쏠 수 있게 준비해 놓고 있다”며 “지대함 미사일 기지의 레이더도 평상시보다 훨씬 가동률을 높이며 한국의 초계함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한·미 연합 훈련이 진행되는 가운데 도발을 할 경우 즉각 보복한다는 자세다. 또 북한 잠수정 감시를 늘리고 대잠수함 경계 작전도 강화하고 있다. 서해 5도의 경우는 이미 경계령이 내려졌고 북이 공격할 경우 대응을 위해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을 증강 배치했다. 그러나 해안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스파이크 미사일은 시험발사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또 전 해군 제독은 “북한 잠수함이나 잠수정의 침투를 사전에 탐지하는 것은 실제론 아주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며 “서해 5도도 백령도·연평도같이 한국군 방어가 강화된 곳이 아닌 소청도(200명 주민), 소연평도(20명)에서 도발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국 내부 기간 시설에 대한 기습 공격도 가능하다.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으로 소규모 특수 작전부대를 수중 침투시켜 해안의 발전소, 도시가스 저장소 같은 기간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다. AN-2기 같은 레이더에 탐지 안 되는 비행기로 침투시킬 수도 있다. 국민에게 직접 피해와 충격을 줘 현 정부의 전략으로 인한 대북 긴장 관계의 위험을 실감하게 하는 것이다. 기간 시설이 밀집한 평택항·울산항·부산항·인천항 등 어디라도 가능하다. 천안함 사태 때도 한 현역 해군 대령은 “북한 잠수정이 언제라도 진해 사령부 앞바다에 며칠 동안 숨어 있다 특수 요원들이 밤에 나와 한국 군함에 수류탄 몇 발씩 던지는 사태도 가능하다”며 “한국의 주요 시설들은 공격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고정 간첩을 동원해 수도권 지하 통신망이나 전력망 등을 공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서울의 주요 통신-전기선로가 지나는 시내 지하 설비를 폭파하면 도시 전체가 마비되고 국론은 100% 분열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대북 강경 입장을 펴도 강행할 동력이 없어지고 어쩔 수 없이 대북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그동안 한국군은 적외선 감시장비와 해안 감시 레이더를 과거에 비해 훨씬 촘촘히 해안에 배치, 감시망을 강화했다. 군도 경비 주기를 길게 하고 경비 병력도 늘리는 방식으로 북한 잠수정에 대한 감시와 해안 경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인천공항 GPS 교란 공격 가능성도
소프트 도발도 걱정이다. 서해5도, 휴전선 일대에 대한 전자전 공격이나 인터넷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들 수 있다. 전자전 공격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망을 재밍해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인천공항을 마비시켜 국제적인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군 정보 당국자는 “북한의 전자전 재밍 능력은 인천공항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하다”며 “GPS 교란기는 북한이 자체 생산을 하고 있으며 공항 레이더를 마비시킬 수 있는 대(大)출력의 재밍 장비들도 자체 생산해 배치한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 황해도에는 유사시 작전에 투입할 전자전 장비를 실은 이동식 차량들이 배치되어 있다. 황해도 연백에서 인천공항까지 거리는 30㎞. 연백에서 장비로 공항관제용 레이더와 자동이착륙 지원 장치에 재밍을 걸면 공항은 마비될 수 있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이 인천공항을 재밍하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는 중국 항공기가 착륙하고 문제가 국제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이제 중국도 북한을 적극 제재하고 나서 심리적 제약 요소가 적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은 이미 중앙일보농협 해킹을 통해 악명을 떨쳤다. 이를 은행망이나 인터넷 상거래 시스템 등으로 확대하면 국가 경제에 충격을 줄 뿐 아니라 국민의 원성을 높이고 국론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전자전 공격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비책이 없어 문제다. 한 전문가는 “현재 사용 중인 공항의 관제용 레이더, 이착륙 지원 장비는 주파수 도약이라든가 암호화 등으로 개량해 공격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취항하는 모든 여객기도 이에 맞춰 개량해야 하는데 한국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실제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전 국민이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도 해킹에 동원되는 상황이어서 전체 컴퓨터의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지 않으면 사이버 공격에 방어를 잘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걱정했다.
직접 피해는 없지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발은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다. 특히 KN-08 신형 미사일 발사가 주목받는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공고하며 동·서해에 비행-항해 금지구역을 선포했다. 한 정보 관계자는 “KN-08이 주목받는 것은 사거리가 5000~6000㎞인 신형이며 이동식 발사대에서 쏘기 때문”이라며 “지난 2월 11일 미국 정찰위성이 지나가는 시간을 노려 동창리에서 엔진 연소 실험을 하면서 존재를 의도적으로 드러냈다”고 말했다. 아직은 실제 전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발사에 성공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괌 미군 기지와 알래스카를 공격할 수 있으면서도 이동식 발사대여서 보복 파괴하기도 어려워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핵 미사일 발사 조짐 땐 선제 공격
가능성은 낮지만 유사시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선제공격으로 제압한다는 입장을 국방부는 이미 밝혔다. 킬체인을 구축해 고속 정밀 공격하는 것이다. 40분쯤 걸리는 발사 준비 시간에 탄도 미사일로 선제 공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레이더 위성과 고고도 정찰기 등의 감시장비와 800㎞급 탄도미사일이 필요하다. 감시정보를 실시간으로 자동분석-식별해 지휘부에 보내주는 자동화된 실시간 통제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은 한국에 없는 장비와 시스템이다. 여기에 최근 어려움이 가중됐다. 북한이 개발 중인 고체 연료 미사일은 발사 준비에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선제공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훨씬 어려운 발사 후 중간 단계 요격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 조기 배치가 필요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래서 국방부에서는 현재 이스라엘제 애로2 요격 미사일의 도입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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