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가 있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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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사진) 9단은 역시 천하무적이었다. 한국바둑은 이창호9단의 완벽한 마무리로 단체전 10연속 우승과 함께 국제대회 19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9단은 23일 상하이(上海) 훙차오(虹橋)호텔에서 벌어진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제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마지막 대국에서 중국의 뤄시허(羅洗河)9단을 2백42수 만에 백불계로 꺾고 한국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이9단은 전날 이 대회에서 파죽의 5연승을 거둔 중국의 신예강자 후야오위(胡耀宇)7단을 아슬아슬하게 꺾은 데 이어 뤄시허9단마저 제침으로써 또다시 단 한골도 허용하지 않는 '철의 수문장'역할을 해냈다.

이9단은 지금까지 한국대표팀 주장으로 다섯번 출전해 우승컵을 다투는 마지막 대국에서 한번도 패배한 일이 없다.

각국 5명이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겨루는 농심배에서 일본팀은 랭킹 1~5위의 최강 멤버를 구성해 출전했으나 가장 먼저 탈락했다. 한국은 초반 박영훈3단이 4연승을 거두면서 앞서나갔으나 곧바로 신예강자를 앞세운 중국의 맹추격을 받았다.

지난해 이창호9단에게 2전2승을 거둔 후야오위7단이 조훈현9단에 이어 일본의 주장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을 꺾는 등 내리 5연승을 거두며 단체전 10연승을 노리는 한국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9단은 후야오위7단과의 치열한 격전에서 특유의 기다림과 인내의 바둑으로 승리한 뒤 마지막 날 뤄시허9단마저 시종 두터운 반면운영으로 빈틈없이 밀어붙여 한국 바둑의 불패신화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한국대표팀은 이창호9단.조훈현9단.박영훈3단.김승준7단.윤현석7단 등 5명. 이들은 1억5천만원의 상금과 대국료.연승상금 등을 받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대국해설>=흑의 뤄시허9단이 빠르게 실리를 선점했고, 백의 이창호9단은 특유의 느린 템포로 두텁게 둬나갔다. 뤄시허9단이 111~115의 손해를 보며 117로 움직여 백대마를 향해 필살의 한수를 던진 대목이 이 판의 클라이맥스. 이9단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단순히 122로 잇는 수를 두었는데 평범한 이 한 수가 대마를 구하는 묘수였다. 이후 흑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174수 이하 생략.(107.110.127.142는 좌변 패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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