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안보 비상시국에 조직도 못 갖춘 안보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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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정권의 출범과 동시에 나라가 안팎으로 비상시국이다. 겉으로는 북한의 핵 도발과 위협이 심대하다. 안으로는 이에 응전하는 국가 역량이 의식과 체제에서 모두 심각하게 허술하다. 역대 보수정권 중에서 가장 부실하다. 대통령과 여야 정당 모두에 책임이 있다.

 외교·안보 라인은 구멍이 뻥 뚫려 있다. 신설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 정책을 조율하고 국가안보회의(NSC) 간사를 맡는 중책이다. 그럼에도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아 이 자리는 법적인 근거가 아직 없다. 김장수 내정자가 청와대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론 유효하지 않은 것이다. 위급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를 우선 차관급 기존 직책(위기관리실장)으로 임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잘못된 정보기관 풍토로 인해 기능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물러날 지도부(원장과 차장 3명)에게 제대로 정보보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 원장으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는데 국회 인사청문·임명동의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1·2·3 차장은 인사청문이 필요 없어 임명만 하면 되는데도 새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렇게 어수선하고 들떠 있는 국정원으로 북한 안보위협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외교장관은 청문회를 통과했지만 정식으로 임명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안의 통과에 맞춰 다른 장관들과 함께 임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통일장관은 어제서야 청문회가 열렸다. 국방장관 청문회는 8일에나 열린다. 국가안보는 위기인데 안보팀은 이렇듯 행장(行裝)조차 제대로 갖추질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금 국가안보회의를 연다면 반쪽짜리 팀으로 중대 현안을 논의해야 할 판국이다. 1948년 건국 이래 나라가 이런 적이 없다. 한국전쟁 때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안보 이유로라도 정부조직개편안은 조속히 완결돼야 한다. 국회는 국정원장 청문회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20일만 있으면 북한의 천안함 폭침 3주년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겪고도 부족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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