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인터뷰] 탤런트 서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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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때 하도 고생해서 다시는 사극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이 목에 난 상처 좀 보세요. 당시 불화살에 맞아서 덴 자국이에요. 그런데 새 대본을 보고 나도 모르게 하겠다고 했어요. 욕심나는 배역이라 견딜 수가 있어야죠."

휙휙 바람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는 철퇴. 치켜뜬 눈과 한일자로 다문 입. 철컥철컥 갑옷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탤런트 서인석(54.사진)씨가 등장하자 실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드라마인가, 현실인가. 철퇴를 사정 없이 휘두르며 그가 성큼성큼 취재진 앞으로 다가섰다. "꿀꺽" 여기저기서 침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22일 서울 조선호텔, 다음달 8일 첫방송되는 KBS '무인시대'의 제작발표회장이었다.

KBS '태조 왕건'에서 견훤 역으로 인기를 끌었던 그가 '무인시대'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열혈남 이의방으로 변신한 것이다. 무신정권 90년의 서막을 연 장본인이다.

"이의방.정중부.이의민.경대승.최충헌 등 집권자들 중에서 가장 매력있는 남자라고 생각해요. 그야말로 짧고 굵게 살거든요. 사나이 인생이 그런 것 아닙니까? 의종의 애첩(김성경)이 맘에 든다고 그녀를 데리고 살아요. 왕조 시대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

하지만 돌고 도는 게 인생인가. 이런 이의방도 여자 때문에 몰락하고 만다. 임씨(유혜정)라는 여인을 강제로 첩으로 만들었지만, 결국 그녀의 꾐에 빠져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중부(김흥기)의 아들 정균(이민우)에게 살해당한다.

이렇게 죽고 죽이는 살벌한 시대인 만큼 '무인시대'에는 액션신이 많다. 이미 오십줄에 들어선 그는 어떻게 전투 장면을 견뎌내고 있을까.

"제가 입고 있는 장군복의 무게만 30㎏은 될 겁니다. 군대의 완전군장이 20㎏ 정도니 상상이 가시겠죠? 말까지 타고 달리고 나면 완전 녹초가 됩니다. 그래도 젊은 애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하고 있어요. 노장은 죽지 않는다, 뭐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무인시대'어떻게 만들어지나=1170년 이의방이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시기부터 1258년 최후 집권자인 최의가 죽기까지의 세월을 그린다. 모두 1백50부작. 제작진은 조선조 성리학자들에 의해 폄하됐던 무신시대를 영웅들의 서사시로 재해석할 계획. 출연 연기자수가 드라마 사상 최대이고 고증을 통해 준비한 의상만도 1백20여종 3백여벌에 이른다. 의상비만 7억원이 넘게 들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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