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설 상품권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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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주부 김상희(36.서울 사당동)씨는 부모님과 조카에게 줄 설 선물을 상품권으로 통일했다. 지난해까지는 각자에게 맞는 선물을 고르는 것도 즐거움이라 여기며 적당한 상품을 궁리하느라 분주했던 그녀다.

김씨는 "설 선물 값이 너무 올라 쓸 만한 것을 사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돈을 주는 것은 성의 없어 보이고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품권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선물로 대신하기 좋다"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상품권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번 설에는 선물 세트가 고가와 저가로 양분되면서 차라리 무난한 상품권을 선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받고 싶은 설 선물' 조사에서도 전체의 51%가 상품권을 꼽았다. 신세계 조사에서도 상품권이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신세계의 김석봉 과장은 "상품권이 대표적인 설 선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상품권 판매는 이전보다 30% 가량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뜨거워진 판촉전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설 대목을 맞아 본격적인 판촉전에 돌입했다. 백화점측에서는 전체 상품권 매출의 30~40%를 차지하던 PP카드형(신용카드형 상품권) 상품권 매출이 10분의 1 이상 줄어들면서 이 공백을 종이 상품권 판매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사채업자들이 이른바 '깡'수단으로 쓰던 PP카드을 신용 카드로 살 수 없게 되면서 PP카드 매출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또 상품권 종류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한 것도 상품권 발행 업체들의 대규모 판촉전에 불을 붙였다. 대형 백화점들은 이달 초부터 공격적인 TV광고를 시작했다. 백화점 전단지에도 상품권 광고가 큼지막하게 자리잡았다.

백화점에는 이미 매장마다 기존 상품권 판매부스 외에 특별 판매대가 설치됐다. 신세계 백화점은 아예 상품권을 사는 고객에게 경품을 줄 예정이다. 2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샐러드 쿠폰을 준다. 10만원 이상 구입하면 배송이 무료다.

삼성카드는 설을 위한 기프트카드 2종을 따로 제작해 판매에 나섰다. 또 구매고객 중 5백명을 추첨해 기프트 카드 5만원권 한장씩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벌인다.

금강제화는 자사의 구두상품권을 10장 이상 구입할 경우 일정 가격을 할인해 준다. 구두상품권은 현금 구매만 가능한 백화점 카드와 달리 신용카드로도 살 수 있다.

세뱃돈 대신 도서상품권

최근 세뱃돈 대신 많이 쓰이는 것은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이다. 5천원과 1만원권의 소액권이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도서상품권은 문구점.외식업체.쇼핑업체 등과 다양하게 제휴해 사용 범위가 넓다. 주 5일제 근무 시대를 맞아 쓰임새가 많아지면서 인기가 더 높아졌다. 관련업체들의 설 대목을 잡기 위한 마케팅도 공격적이다.

문화상품권 측은 인터넷 쇼핑몰인 컬쳐랜드에서 설 선물 추천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중 세명을 추첨해 구매금액 전액을 환불해 준다. 또 선착순 30명에게는 1만원 신권을 세뱃돈으로 지급하는 등의 설맞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도서상품권을 판매하는 한국도서보급은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와 함께 2월 14일까지 '도서상품권으로 북파크에서 책 싸게 사기'이벤트를 열고 최고 40%까지 할인판매한다. 외식.레저 전용 온.오프라인 겸용 상품권 '해피머니 문화상품권'은 한미은행.국민은행과 '세뱃돈은 해피 21 상품권으로' 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알뜰 활용법

설 대목을 앞두고 사채시장이나 구둣방 등에는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할인율이 1~2% 가량 오른 94~95%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곳에서 상품권을 구입해 백화점 세일기간에 물품을 사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알뜰 주부들의 상품권 활용법이다. 백화점 카드 회원의 경우 상품권으로 산 물품의 액수가 회원카드에 더해져 포인트까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일부 백화점에서는 상품권으로 구매한 액수는 카드 포인트에 포함시켜 주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이 이런 제도를 이용해 이중.삼중의 이익을 얻는 것으로 판단해 이 제도를 없앴다"고 밝혔다.

설에 받은 선물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백화점에서 상품권으로 바꿀 수도 있다. 단 제품이 상하지 않았을 때만 교환 가능하다. 3만원 이상 상품권은 액면가의 60% 이상을 사용할 경우 나머지는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5천원과 1만원권 이하 상품권은 액면가의 80% 이상을 사용해야 나머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상품권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다면 온라인 판매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 오프라인으로는 할인 판매가 어려운 상품권도 온라인상으로는 할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쓰임새

상품권 발행업체들은 할인점.외식업체.주유업체 등과 제휴해 사용할 수 있는 곳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대한항공 등과 제휴를 하고 자사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현대백화점은 베니건스와 제휴를 했으며, 신라.현대.그랜드 힐튼 호텔 등에서도 상품권을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중소형 백화점들은 자사가 발행하는 상품권을 다른 백화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랜드와 애경백화점.행복한 세상에서는 발행사에 관계없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랜드백화점의 김창준씨는 "조금이라도 사용처를 넓혀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중소 백화점의 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다"며 "외식업체.주유소 등과 제휴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글=박혜민, 사진=안성식 기자
한복 협찬=박술녀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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