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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이라도 「풍년」을 심었다|영동 맹인 교양원의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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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장님들의 농사가 풍년을 이루었다. 강릉시내 노암동 외진 산모퉁이 8백여 평에 이룬 조밭의 황금물결은 「영동 맹인 직업 교양원」장님들이 촉감으로 더듬어 농사지은 피땀의 결실.
지난 6월 2일 파종, 17일 거둬들일 때까지 모두 1백 35일 동안 세 벌 김을 매야했고 두벌 걸음을 주어야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여 자활의 길을 찾자』고 굳게 다짐한 원장, 교사, 원생 할 것 없이 32명의 맹인들은 안간힘을 하여 오늘의 결실을 보게됐다. 수확예상량은 모두 2백55킬로, 평년작(2백10킬로)보다 20%가 많다.
수확예상량도 조이삭을 일일이 더듬어 촉감으로 판단한 것. 17일 원장 원충의(33)씨는 『봉사들의 촉감에 의한 포장검사는 목측보다 더 정확하다』면서 풍요한 수확에 만족한 웃음을 띠었다.
이 학원의 총경지 면적은 4천5백여평. 강릉시가 지난해에 미공법 480호 양곡을 들여 개간해준 것.
이들은 농사짓는 비결을 『불구만 탓하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지 실제 농사를 지어보니 성한 사람보다 진도가 느린 것밖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학원이 창립된 것은 59년 4월, 시내 포남동 개인주택에서였다. 63년 8월 15일 당시 강릉에 주둔했던 미군사 고문단의 도움으로 시내를 벗어난 노암동 한적한 곳에 본관 70평, 강당 등 부속 건물17평 등 블록 건물을 짓고 이주했다.
이 때부터 범위를 영동 지구로 넓혀 불구로 실의에 찬 맹인들을 모아 국민학교(6년), 중학교(3년)과정의 일반 교양 과목과 안마 침술 뜸질 등 특수 기술 교육을 실시, 지금까지 5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28명의 원생이 있다. 【강릉=박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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