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헌금·사찰시주해도 ‘세금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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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기부금 등의 소득공제한도를 2500만원으로 제한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의 불똥이 교회 헌금이나 사찰 시주금에도 튀었다. 종교 기부금도 소득공제 혜택에서 일부 또는 전액이 제외되면서 세금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게 늘어나게 됐다. 종교계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기부금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 상무인 배모(50·연 수입 1억2000만원)씨는 최소한 소득의 10%(1200만원) 이상을 교회 헌금으로 낸다. 지난해는 1200만원까지 소득에서 공제돼 세금을 덜 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자녀들 교육비(1800만원)에다 신용카드·보장성보험료를 더하니 2200만원이 돼 헌금은 300만원까지만 공제된다. 900만원만큼 소득공제가 덜 돼 세금을 347만원 더 내게 됐다. 배씨는 “헌금을 줄일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상당수 중산층 신자가 소득의 10% 내외를 교회나 사찰 등에 기부하면 조특법에 걸려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신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본지가 최근 서울 강남권의 한 대형교회 고액 헌금자 57명을 설문조사했더니 21명(37%)이 ‘헌금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는 “선진국일수록 남을 위해 쓰는 돈엔 굉장한 특혜를 준다. 지난 1월 바뀐 조특법은 그런 흐름에 완전히 역행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은 “부자나 중산층이나 시주·기부를 예전처럼 하지 않게 되는 ‘가치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별취재팀= 신성식 선임기자, 신준봉·장주영·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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