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싱가포르에선 쌍용건설, 대단한 존재감?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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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국내에선 자금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7000억원 가량의 대형 건축 공사에 참여할 기회를 잡아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싱가포르로부터 의외의 소식이 날아들었는데요. 쌍용건설이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한 약 7억달러(한화 7500여억원) 규모의 창이(Chagi) 공항 신축공사를 위한 사전적격심사(PQ·입찰에 참여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사전에 심사해 통과한 업체만 입찰에 참가하게 하는 제도)를 통과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이 공사 PQ에는 일본 5대 건설사인 시미즈(Shimizu), 카지마(Kajima), 펜타오션(Penta ocean)은 물론, 홍콩의 게몬(Gammon) 등 해외 유수 건설사와 국내 대형사인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건설) 12개사가 참여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쌍용건설은 급격히 악화된 자금난으로 자본잠식(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태)에 빠져 부도 위기에 내몰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쌍용건설에 입찰 자격이 주어지자 현대건설과 삼성건설은 '굴욕을 맛봤다'는 분위기입니다.

현대·삼성은 탈락

그러나 싱가포르 건설업계는 쌍용건설의 PQ통과가 당연한 결과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쌍용건설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네요.

국내 건설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건설과 두바이 랜드마크를 지은 삼성건설이지만 유독 싱가포르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자사의 공사 실적에 오히려 발목을 잡혔습니다.

싱가포르 현지 건설현장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쟁쟁한 실적을 갖고 있지만 싱가포르 시장에서의 실적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PQ를 통과하지 못해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공항 건설 실적이 전무한 데다 곧 쓰러질지도 모르는 회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정부의 PQ를 통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물론 PQ를 통과했다고 해서 바로 시공권을 따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쌍용건설이 최악의 상황인 부도를 피하고 채권단으로 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열렸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아니라는 거죠.

자금난을 겪으면서 뚝 떨어진 신용등급을 회복해야 하고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야하는 등 아직은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쌍용건설은 2 27일 채권단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으로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외건설 명가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공사를 위해서는 공사이행보증금이 필요한데 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현지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 "건설사가 부도 등으로 공사를 하지 못하게 됐을 때를 대비한 예비비 성격으로 시공권을 따냈다 하더라도 이를 마련하지 못하면 공사에 나설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쌍용건설 측은 "워크아웃 개시 결정으로 위기에서 벗어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워크아웃 졸업 8년만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쌍용건설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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