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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주년에 즈음하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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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가 본지를 창간한지 어언간 1년이 되었다. 지령3백11호, 이것은 차후에도 날이 갈수록 그 수자를 늘려갈 것이다. 지나간 3백11호가 하나하나 우리의 노력의 결정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앞으로도 또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우리 나름의 감오와 각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1년전에 이 신문의 일을 시작하게 될 때 우리는 우선 심각한 정신적인 진통을 겪는 것부터 경험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새 신문을 발행하는데 있어서의 자세, 또는 방위설정의 문제와 연관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허다한 기존신문의 틈에 끼어서 우리가 뒤늦게 고고의 소리를 올리며 나타난다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인가, 이것은 우리의 존재이유를 결정짓는 문제이었던 것이다.
8·15해방전과 후를 통하여 우리 나라의 언론은 참으로 백화난만의 성황을 보였다. 개중에는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투쟁한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있는 신문도 있고 개중에는 뚜렷한 목표없이 탄생하였다가 포말과 같이 사라지고만 신문도 있었다. 그러나 일정시는 별문제로 하고 적어도 해방후에는 우리의 언론이 일반적으로 고적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많은 신문에 또 하나의 신문을 더하려고 하는 이유, 다시 말하면 새 신문의 존재이유를 무엇으로써 증명하여야 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출발점에서 겪어야 할 정신적인 고심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미 독자여러분에게 우리의 사시를 알려드린바있으므로 새삼스럽게 그것을 여기서 되풀이하기를 피하고자한다. 다만 우리는 이 신문의 사시가 바로 이 신문의 존재이유이며 설정된 방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지적해둘뿐이다. 본지에 종사하는 모든 인원들은 사장으로부터 기자, 공원에 이르기까지 혼연일치가 되어 사시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을 경주해왔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자하는 것이며, 또 우리의 이와 같은 노력은 본신문과 더불어 영구히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다짐하고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1년을 회고할 때 우리의 노력이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가에 대하여는 물론 전폭적으로 만족의 뜻을 표시할 수만도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신문이 아니고, 이것을 읽어주는 독자여러분의 신문이다. 우리를 아끼고 편달해주는 독자여러분의 성원과 협력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오늘날 이런 정도의 성장도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오로지 감사와 반성을 가지고 새로운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본지가 제1호를 낼 때부터 국내외에는 중대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남으로써 신문으로서의 커다란 사명이 우리의 일과를 극단적으로 분주하게 하였다. 한·일국교가 드디어 정상화를 보았고 수만 우리국군이 월남으로 파병되었다. 이 두사건만해도 역사적인 현실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창하고 엄숙한 일들이었다. 부단히 변유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인 제현상을 공정하게 보도하고 또 이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기 위하여 참으로 우리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할 때 우리는 부하된 사명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대한의 진력을 했다는 사실에 오로지 자위를 느낄 뿐이다.
역사는 일순도 그 발전의 걸음을 멈추지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거대한 사건들이 일어남으로써 우리를 흥분케 할 것이다. 이 모든 사건들에 대비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미 우리의 자세를 설정하고있는 것이다. 무수한 사건들, 그것은 국가의, 아니 인류의 역사이다. 우리는 이 역사적 현실을 객관적으로 동찰하는 동시에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이에 참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보는 우리의 눈은 소극적인 면, 어두운 면, 비관적인 면보다 적극적인 면, 밝은 면, 낙관적인 면에 쏠려야된다고 생각한다. 긴 안목으로 보아 인류의 역사는 후퇴한 일이 있는가? 우리는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유유히 가혹한 현실에 대처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론 독자여러분의 이성과 감정으로부터 유리하여 자체의 공전에서 시종할 의사는 없다. 역시 신문은 독자의 신문이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요청을 석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동안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본지의 앞날을 위한 시험기간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그 시험기간은 귀중하고 알찬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경험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을 독자여러분에게 다짐하고자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신문제작을 위한 가장 우수한 시설과 또 가장 많은 독자를 갖게되었다는 사실을 흐뭇하게 생각한다. 이에 더하여 우리는 경험이라고 하는 탁월한 무기를 갖게 된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본지애독자제위와 우리를 후원해주시는 각계각층의 모든 인사들에게 충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한다. 이와 같은 무한한 은고에 보답하는 길은 우리가 스스로의 발전·향상을 기약하면서 노력하는 것이외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중앙일보는 독자와 제작자의 건설적인 협력으로 우리나라언론의 대경대도를 위하여 금자탑을 이룩할 것을 자기하고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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