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관의 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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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에 동양최대의 과학관을 세우기 위한 한·미과학관 건립협의회는 지난15일, 4일간에 걸친 혐의를 끝마치고 그 합의사항을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혔다. 즉 이회의에 참가한 한·미양국의 관계 관사 및 과학자들은 장차 우리나라에 세워질 국립과학관의 성격을 자연박물관 및 과학기술 「센터」등 두분야에 걸친 종합과학 「센터」로 할것에 합의하고, 앞으로 1년동안 사계전문가들로 하여금 좀더 구체적인 설립계획을 짜내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앞서 발족한 과학기술연구소 (KORSTIC) 와 함께 미국측의 원조로 건국이래 처음으로 과학관다운 「과학관」을 미구에 가지게 될 전망이 밝아진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정부수립이래 계속하여 국립과학관이란 기구가 존재해 왔던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한낱 허울좋은 정부의 한 「건물」에 불과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로 돼있다. 일제하에서 출발한 과학관이 6·25동난중 그 건물마저 소실되자, 그 이후부터는 일정한 청사조차 갖지 못한채, 기껏해야 중·고교학생들의 과학전시작품을 진열하는 일따위로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해 왔기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록 확실한 예산규모나 운영계획의 전모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것은 아니라할지라도 이번 한·미간에 합의된 새로운 과학관의 설립계획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해서 그야말로 건국이래 최대의 낭보로 우리는 그 전도에 대해서 지금부터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종래 우리나라 과학관이 유명무실한 존재로 타했던것은 물론 재정의 빈곤이 그이유의 태반이라 하겠으나, 우리는 그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이유로 위정당국자의 무관심내지 무성의를 들지않을 수없다. 그러므로 다행히 이번에 우방미국의 호의로 세워지게된 새국립과학관이 고립된다 하더라도 이시설이 진정으로 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할수있느냐의 거부는 여전히 앞으로의 이에대한 우리나라 위정당국자의 성의여하에 달려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런 견지에서 볼때, 이번에 한·미관계자들 사이에 도달한 새과학관의 성격에 관한 합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것으로 생각된다. 알려진바에 의하면 미국측은 애초에 이번에 세울 새 과학관의 성격을 박물관같은 광의의 과학전시장소로 할 것을 제의했던 것이나, 토의결과는 우리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연과학의 테두리안에서의 전시와 자연과학 각분야간의 상호연관, 그리고 야간의 실제적인 연구·실험도 행할수 있는 비교적 좁은 범위내에서의 과학 「센터」』를 세울것에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우리 측의 성의여하에 따라서는 과히 큰무리를 하지 않고서도 일반국민과 과학전문가를 대상으로 오늘날함께 최첨단을 걷고있는 과학기술문명의 현대적 추세를 전시하고 그성과의 일부를 직접 국민생활속에 침투시키려는 과학관본내의 사명을 다함에있어 매우 현실적인 합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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