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신동 라켓' 유승민 "탁구황제 될겁니다"

중앙일보

입력

"이젠 어엿한 성인인데 '탁구 신동'이라는 소리는 좀 그렇네요."

한국 탁구의 차세대 에이스 유승민(19.삼성생명)은 탁구 신동이라고 부르자 볼멘 소리를 했다.

그의 말대로 유선수는 법적으로는 물론 지난 19일 제55회 종합선수권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최강 김택수(한국담배인삼공사)를 꺾으며 성인식을 화려하게 치렀다.

당시 얼마나 기뻤느냐는 질문에 "(김)택수형이 그날 경기 끝나고 '나는 15번 패배의 고통 끝에 (유)남규형을 딛고 일어섰다'며 '한번 이겼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빨리 나를 넘어서라'고 충고했어요. 저도 동감합니다"며 각오를 다시 다졌다.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 입고 최신가요를 듣기 좋아하는 신세대치고는 곰삭은(□) 대답이었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 시련을 겪은 탓일까.

올해 2월 포천 동남고를 졸업한 유선수는 삼성생명 입단을 희망했지만 대한탁구협회의 실업팀 창단 지원 규정에 따라 지명권을 보유한 제주 삼다수로 입단을 권유받았다.

스카우트 파동 속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독일과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한동안 국내 대회 출전도 못한 아픔 끝에 비로소 둥지를 틀었다. 자칫하면 어른들 욕심에 자라지도 못한 싹이 잘릴 뻔했다.

"정말 힘들었어요.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고…. 혼자 음악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죠. 커가는 아픔이었다고 생각해요."

같은 또래들은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 유선수는 짧은 휴식 끝에 다시 맹훈련에 들어갔다.

"탁구가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특히 치열한 접전 뒤에 거둔 승부의 기쁨은 정말 짜릿하죠."

청춘을 운동하면서 보내는 것이 억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다른 운동은 전혀 못해요. 야구.축구.농구 모두 젬병이죠. 타고난 탁구 선수인가봐요."

아무래도 유선수의 핏속에는 탁구 유전자가 흐르는 것 같다. 일곱살 때 외삼촌이 경영하는 탁구장에 놀러갔다 라켓을 쥐기 시작한 유선수는 부천 내동중 3학년 때인 1997년 국가대표로 발탁, 그해 맨체스터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최연소(15세)로 본선에 진출하며 펜홀더 공격 전형 유남규.김택수의 뒤를 잇는 한국 탁구의 적자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백핸드가 약하고, 접전에서 무너지는 근성 부족으로 좀처럼 돌풍을 이어가지 못하며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성인 유선수는 달라졌다. 유선수에게 패한 김택수가 "승민이가 이제 볼을 다룰 줄 안다"고 칭찬할 만큼 상대의 백핸드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며 드라이브와 백핸드 커트를 자유롭게 다루는 등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유선수는 욕심이 많다. 내년 부산 아시안게임은 물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도 탐난다고 한다.

"3~4년만 기다려주세요. '탁구 황제'로 우뚝 서겠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