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파리는 지금 청결운동중

중앙일보

입력

대부분의 선진국 도시와는 달리 파리에서만 볼 수 있던 풍경들 몇가지.

애완견이 거리 어디에서 실례를 해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친다. 거리를 걷다 담배꽁초나 씹던 검, 코 푼 휴지를 아무 데나 거리낌없이 버린다.

신호대기 중에 차문을 열고 가래침을 뱉거나 심지어 차창 밖으로 가득찬 재떨이를 비운다. 때로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고용 창출이라는 핑계(환경미화원들의 할 일을 만들어준다는)로 용인되던 이런 행위들로부터 파리 시민들도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파리 시당국이 지난주 '깨끗한 파리'를 위한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거리에서 검이나 담배꽁초를 버리다 적발되면 1천2백프랑(약 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재범(?)이면 벌금이 3천프랑(약 52만원)으로 늘어난다. 견공들의 배설은 인도와 도로 사이의 배수 홈에서만 허용된다. 보도 블록 위에 실례를 하면 주인이 바로 치워야 한다.

시당국은 지난달부터 시범 단속을 실시해 지난 한달 동안 4백50건을 적발, 벌금을 물렸다. 이같은 단속을 더욱 강화, 다음달부터는 3천건 수준으로 늘린다는 것이 파리시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70명인 단속요원을 다음달부터 1천4백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가장 중점적인 단속 대상은 물론 개똥이다. 거리에서 배설되는 개똥의 양이 하루 평균 16t에 이르러 '더러운 파리 거리'를 만드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이를 치우는 데 드는 비용도 연간 7천5백만프랑(약 1백30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파리에선 담배꽁초는 그렇다 치더라도 개똥을 치워 휴지통에 버리는 시민의식을 발휘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9.11 테러 이후 도로변 1만6천개의 휴지통 중 1만3천개를 치우거나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폭발물 테러를 막으려는 조치다. 비닐백으로 된 휴지통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견공을 산책시키는 시민들과 단속요원 사이의 승강이가 한동안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둔 사회당 정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우파 야당의 공격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좌파가 집권하고 있는 파리시 당국은 "무질서를 관용하는 것이 부조리라는 것을 전임 파리시장(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도 잘 알 것"이라고 선수를 쳤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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