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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이비언론인을 단속하리라고 한다. 그런데 세상엔 여러 가지 종류의 「사이비」가 있다. 자! 우선 가정으로부터 시작하자. 남편다운 남편,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몇이나될까? 아내보다도 통금「사이렌」에 더신경을 쓰는 주객들이 연일 요정의 장구소리를 높이는걸 보면 사이비남편 사이비아버지들이 많을듯 싶다. 최근엔 또 백만원급 「계」들이깨져 가정풍파가 많이 일고있다는 식이니 그런 계「마담」들은 「사이비부인」으로 불리어도 할말이 없겠다. 일단 집안 대문을 나서면 사이비바람은 한층높다. 점잖지못한 「사이비처녀」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하더라도, 국보의 사이탑을 부숴서 황금을 훔쳐내려는 「사이비종교인」, 학교교실보다도 과외수업에 더 군침을 흘리는 「사이비교사」, 말만 정치인이요 실은 자기집 「캐비닛」속에서만 정치를 하시는 「사이비정치인」, 제주도의 돈공처럼 무엇이든 주면 잘 소화해내는 「사이비관사」, 법 ㄴ을 잡기보다는 조작하는데 공이 많은 「사이비수사관」, 아니 「사꾸라」당이니 준여당이니 하는 악명으로 불리우는 「사이비야당」이란것도 있지않던가? 숫제 작술은 상인의 미덕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는 편이라 그 동리에서는 정직한 상인이 오히려「사이비」로 몰릴 것 같다.
『사람을보면 도둑놈으로 알라』던 유행어도 실은 이러한 사이비족이 들끓기 때문에 생긴 말이리라. 『사람이면 사람이냐, 사람이어야 사람이지』라는 옛날말을 보더라도 인간자체에도 「사이비」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단속할 것은 「사이비언론인」만이 아닐것같다. 하지만 다른데에도 「사이비」가 많은데 하필왈 언론계뿐이냐고 불평할 사람은 없겠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물물을 흐리게한다는 격으로 사이비언론인 때문에 언론계 전체가 불신을 받아서는 안될말이다. 손을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사이비냐 하는데있다. 돈이나 뜯어가는 부패기자만이 사이비일까? 그런 좀도둑같은 사이비는 별로 두려울것이 없겠다.
진정우리가 염려하는 진짜 사이비언론인은 권력이 두려워할말을 다하지못하고, 용기가없어 국민의 여론을 올바로 말하지 못하고, 사실에 눈을가리고 허위에 관대한 속칭 「사꾸라」언론인. 그것이 공갈기자보다 몇배나 더무서운 사이비언론인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사이비언론인을 단속해주신다니 그지없이 고마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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