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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대전·대구 지상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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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부고속철도는 대전.대구 시내를 지상으로 통과하게 된다. 다만 대구 시내 일부 구간(약 3.2㎞)은 땅 밑으로 지나간다. 이에 따라 두 도시 주민들은 소음 등을 이유로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곳에 고속철도를 어떻게 깔 것인지를 놓고 과거 10년 동안 논란이 일었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경부고속철도 대전.대구 시내 통과 방안'을 마련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대전과 대구 모두 시내 구간에 기존 경부선 철도와 나란히 지상에 고속철도를 놓되 대구의 일부 구간만 지하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대전의 경우 대덕구 오정동 부근에서 고속철도와 기존 경부선 철도가 만나 나란히 가다가 대전역을 거쳐 동구 판암동 판암IC 부근에서 갈라지게 된다.

통과 구간은 13㎞. 건교부 측은 "철도 인근 주민의 소음 피해 등을 감안해 방음벽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주변 지역 정리 사업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는 경북 칠곡군 신동역 부근에서 경부선 철도와 만나 동대구 역을 지나 고모역까지 나란히 간 뒤 이곳에서 갈라지게 된다. 총 구간은 29㎞다.

이 중 대구역 인근의 3.2㎞ 정도는 땅 밑으로 통과하고 나머지는 지상 또는 고가를 통해 지나간다. 지하 구간은 깊이 14m 정도에 기존 경부선 철도와 고속철도가 모두 들어가는 높이 10m 가량의 콘크리트 박스를 놓는 방식으로 만든다. 고속전철은 대전역과 동대구역에서 정차한다.

건교부 측은 오는 3월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이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안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어 그대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당초 1990년대 초 정부가 내놓은 안은 경부선 철도와 별개로 대전과 대구 시내를 지하 40~60m 깊이로 관통하는 새로운 고속철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 막대한 예산이 드는데다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바람에 93년 지상에 건설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와 시민들이 "고속철도를 지상에 놓을 경우 소음 피해는 물론 도시를 나눠 놓는 폐해가 생긴다"며 강력히 반대해 95년 또다시 지하에 건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고속철도는 올해 말 서울~대전이 개통되는데 이어 내년 4월에는 서울~부산 운행을 시작한다.

◇지자체.시민 반발=김혜천 대전경실련도시개혁센터 대표(목원대 교수)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행정수도의 배후 도시 역할을 하게 될 대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지하화해야 한다"며 "지상화한다면 현재도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기능이 쇠퇴하고 있는 고속철도 통과 구간 주변이 더욱 낙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영창 대전시 도시건설주택국장은 "만약 지상화가 불가피하다면 연계도로 개설.환경문제 해결 등에 소요되는 비용 5천억원을 정부 예산으로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민들도 '시내 구간 3.2㎞ 지하화' 방안에 대해 "지하화의 시늉만 낸 것"이라며 "오히려 대구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 지역 자문위원인 최현복 대구흥사단 사무처장은 "차라리 시 외곽 20㎞ 구간을 지하로 통과한다는 92년 당초의 노선안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강갑생.대전=최준호 기자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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