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프리랜서 트럼펫 연주자로 활동하는 이용(31)씨는 지난해 4월 PC포털 ‘NATE.com’에 ‘바다, 사랑 그리고 추억’이란 여행 동호회 사이트(nate.com/ basach)를 개설했다. 열렬한 여행狂인 李씨는 이동중에도 게시판에 올라온 회원들의 e메일을 체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 말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신형 휴대폰을 구입했다. 좀처럼 회원수가 늘지 않아 고심하던 李씨는 그러나 최근 회원수가 2백명을 넘어서자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다. 무선의 ‘모빌리티’가 가져다 줄 수 있는 효용의 조그만 예일지 모른다.

무선의 위력은 이제 그 대상을 끝없이 넓혀가고 있다. 서울의 한 금융업체에서 모바일뱅킹 업무를 담당하는 김예삐(30)씨는 부친의 회갑일인 얼마전 휴대용 단말기(PDA)의 위력을 실감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처리해야 할 업무가 유난히 많았던 그날, 金씨는 일도 채 마무리짓지 못하고 황급히 회갑잔치 장소로 달려갔다.

바로 그때 회사로부터 의사결정에 필요한 수정자료가 필요하다는 긴급한 연락이 왔다. 순간 그녀는 유무선 연동이 가능하고 PDA에선 언제 어디서든 웹환경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NATE on PDA’ 서비스가 생각났다. 그녀는 nate.com의 e메일로 의사결정에 필요한 많은 양의 자료를 보내 회사업무를 차질없이 처리했다. 만약 그런 서비스가 없었다면 평소 효심 많던 金씨가 ‘효도’와 ‘회사업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겠는가.

인간은 누구나 정보의 연속성을 원한다. SK텔레콤이 얼마전 출시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서비스 네이트(NATE)는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Neo, New, Next’ 등의 ‘N’과 ‘Gate, Mate, Date’ 등의 ‘ATE’를 결합한 이 서비스는 쉽게 말해 고객이 어떤 디바이스(any device)를 갖고 있어도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집에서 PC로 e메일을 다 점검하지 못해도 PDA에 연결시켜 체크할 수 있고, 각종 스케줄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시엔 PDA를 통해 통화도 가능하다. ‘NATE on PDA’는 그 외에도 메일 메신저·아바타 채팅 등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PC나 휴대폰 이용자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뉴스·게임·어학·e북 등 다양한 콘텐츠 및 전자복권·입장권 예매 등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를 PDA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NATE의 기능은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운전중에도 차량용 단말기(VMT)를 통해 실시간 교통정보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제공하고, 귀가해 TV를 볼 때도 고객이 원하는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앞으론 ‘NATE on PDA’, ‘NATE on VMT’의 단계를 뛰어넘어 ‘NATE biz’, ‘NATE trade’, ‘NATE edu’, ‘NATE drive’ 등 ‘광역개념’으로 가져갈 계획”이라는 것이 김영일 SK텔레콤 무선인터넷 전략팀장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의 유무선통합 노력이 세계 최초는 아니다.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이미 합작법인을 세운 일본의 도코모 외에 영국의 보다폰社도 글로벌포털을 통해 유무선을 통합한 포털(Vizzavi)을 개설했고, 스웨덴의 소네라社도 유무선종합포털을 지향하고 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솔루션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社도 무선포털 개발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PC는 윈도 XP버전으로 멀티미디어화했고, 휴대폰은 ‘스마트폰’(Stinger) 서비스에 들어갔다. 또 PDA는 포켓PC개념으로 전환하고, 종합포털은 MSN을 통해 이미 오래 전에 구축했다.

MS는 현재로선 단말기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하지만 이 모든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존 강점을 활용해 ‘닷넷’이란 이름 아래 유무선 통합체제를 꾀하고 있다. PC통신업체로 출발한 AOL도 유무선통합 포털사업을 추진하기는 마찬가지다. ‘AOL Walled Garden’이나 ‘AOL Anywhere’ 등으로 AOL의 한 울타리 안에서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OL이 최근 일본 이동통신회사 도코모와 합작법인을 세운 것도 통합 포털사업자로서의 유무선 접목을 가시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다만 SK텔레콤의 경우 기본적으로 이동통신사업자의 강점인 무선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포털사업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약간 다르다. 그렇게 볼 때 SK텔레콤의 NATE 서비스는 그동안 포털업체를 중심으로 논의돼 온 유무선통합의 차원을 한단계 뛰어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MS든, AOL이든, SK텔레콤이든 간에 저마다 강점과 기본배경은 달라도(또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어도) 결국 유무선을 아우르는 통합 포털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점에선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실 유선 인터넷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무료나 저렴한 사용료를 무기로 수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수익성 확보엔 실패해 상당수가 쓰러졌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비즈니스 노하우와 탄탄한 기존의 무선네트워크를 보유한 무선통신사업체들의 경우는 다르다. 인터넷포털업체 다음은 1천만 가입자를 확보하고도 매출액이 연간 1천억원에 못미치지만 SK 등 통신사업자들은 같은 1천만 고객을 확보하고도 매출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호황을 맞고 있다.

무선통신사업체들은 이같은 재정적 여유를 바탕으로 기존 닷컴기업들이 갖고 있던 콘텐츠를 잘만 접목시키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K텔레콤·LG텔레콤·KTF 등은 누구보다도 고객의 구미를 잘 아는 업체들이다. 그러나 유무선통합서비스는 단순히 무선망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며 유선과 무선 서비스의 연동을 실현시킬 기술을 자체적으로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세계 최초의 CDMA2000 lx 및 VOD 상용서비스를 선보인 SK텔레콤은 일단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무선의 경계가 허물어진 21세기 차세대 통신의 ‘황야’에서는 결국 누가 유선의 콘텐츠와 무선의 편리성을 멋지게 결합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먼저 찾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강 태 욱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자료제공 : 뉴스위크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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