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선 공사 중단 … 경전철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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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릉동 우이선 3공구 공사 현장에는 하청업체 직원 일부가 나와 있을 뿐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성룡 기자]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양초등학교 인근 공사 현장. 강북구 우이동과 동대문구 신설동을 잇는 서울 경전철 우이선의 8번째 정거장이 들어설 곳이다. 작업이 한창이어야 할 공사장 주변은 적막하기만 했다. 중장비가 작동을 멈춘 채 세워져 있었고, 목재·철근 같은 건축 자재는 파란색 천으로 덮여 한쪽으로 치워진 상태였다. 공사 때문에 도로에 만든 임시 통로를 지나가던 박모(60)씨는 “쿵쿵 소리도 나곤 했는데 요즘은 아무 작업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북구 정릉동 P아파트 인근 우이선 공사 현장 역시 출입구가 막혀 있고 공사 인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가게 주인 이모(37)씨는 “겨울철이라 잠시 쉬는 줄 알았다”며 “이렇게 공사를 멈추면 경전철이 들어서기는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서울 경전철 중 유일하게 착공됐던 우이선의 일부 구간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이선 3공구 시공사인 고려개발이 워크아웃에 들어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하청업체에 공사비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해당 구간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2009년 착공한 우이선은 2014년 9월 완공 예정이었다. 4개 공구 중 허리 부분인 3공구 삼양동~정릉삼거리 구간(3.17㎞) 공사가 멈춤에 따라 우이선 개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이선 공사 중단에 따라 다른 경전철 추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서울시는 다음 달 다른 경전철 추진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그나마 경제성이 높아 조기 착공된 우이선에서도 공사 중단 사태가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 경전철은 2008년 오세훈 전 시장이 7개 노선을 추진했으나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사업타당성 재검토 용역을 맡기면서 나머지 6곳은 유보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용역 결과가 나오고 서울시의회 등 정치권의 요구가 거세지자 일부 구간 재추진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다.

 우이선 공사의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공사 시행사인 우이트랜스 관계자는 “고려개발이 자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채권은행과 협상 중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측의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고려개발이 철수하게 되면 다른 사업자를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만 했다. 다른 지자체에서 경전철 수요가 부족해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시공사 선정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이선 공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다른 경전철의 경제성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우이선 구간 주민들도 다소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공사 현장 주변에서 만난 최미숙(52·미아7동)씨는 “사람들이 버스나 전철을 두고 굳이 경전철을 타겠느냐는 말도 한다”고 전했다.

 정릉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직원은 “주민들이 경전철에 크게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라며 “처음엔 집값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는데 경기가 워낙 안 좋고 큰 규모도 아니어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경전철 4개 노선은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요금 수준을 놓고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사이의 괴리도 커 경전철 사업 재추진에 따른 논란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글=유성운·강나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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