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12세」의 유괴극15일|과외수업 하고파 집나가 식모살이|법석떤수사진…끝내는 도둑질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부산】 과외수업 때문에 멍든 동심이 어마어마한 유괴극을 꾸며내었다.
부산시당감동24통3반 신순방 (39) 씨의 장녀 정숙(12·가명·D국민교5년)양은 지난달17일 하오3시쯤 어머니 김필숙 (36) 씨가 시킨 빨래를 하다말고말없이 집을나가 보름만인 31일하오 동생들의「슬리퍼」세켤레와 포도 두송이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의 행방을 캐묻는가족들에게 두려움과 죄책감이 앞선 신양은 『푸른색「지프」를 타고온 무서운아저씨 2명에게 납치되어초량동 어느집에 팔려가서 식모살이를 했다』고 꾸며대었고 경찰에서도 그대로 주장해왔다.
긴장한 경찰은 이사건을 유괴로보고 연3일간 수사한끝에 모든것이 연극이었음을 신양으로부터 자백받았다. 『한반동무들이 하는공부 (과외수업)을 나도하고 싶었어요. 오래전부터 아버지께 청했지만 들어주시지 않았고 엄마는 저에게집안일을 송두리째 맡기고 들에나가버렸어요. 그래서그만…』 그는 이렇게 집을나간 동기를 울먹이며 말했다. 신양은 보름동안 고아를가장하고 동래구 은천동44의8 윤석천 (32·동래구청사회과직원) 씨집에서 심부름을 해왔는데 개학날(9월1일) 이 임박하자 동생들과 동무가보고싶어 그집을 나오기로결심, 주인이집을비운틈에, 서랍속에둔돈3백50원을훔쳐갖고나왔던것.
깜찍한소녀의 연극 때문에 그동안 신양의가족들은 멀리 서울까지 신양을찾아헤매느라고 가뜩이나 가난한살림이 더욱 쪼들리게되었으며 긴장한 수사진도 연3일간 엄청난 수사력을 낭비하는 결과가되었다.
신양의가족은 팔순조부모등 여덟식구에 재산이라곤 논5마지기와 2간오두막집이전부. 신양의 학교성적은보통이나 머리는 영리한편이며 평소말이적은 내성적인소녀라고 담임 김용선씨는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