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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19)|영약…인삼의 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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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려 인삼-그 신효함은 또 다시 전세계의 화제가 되어 있다. 8월말 일본서 열린 태평양 과학 회의에서는 한국·일본·소련의 과학자들이 인삼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논쟁을 폈다. .고려인삼은-「흥분제다」「진정제다」「제암제다」…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란 아직도 아주 부분적인 것을 밝히는 과정에 있을 뿐 이 동양의 영약은 쉽사리 그 「베일」을 벗지 않는다.

<역사와 분포>오갈피(오가)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길이가 60 「센티」쯤 자라는 인삼은 그 고향이 중국의 대행산맥쯤인 것 같다. 이제 세상은 바뀌어 인삼은 「코리아」를 새 고향으로 정했다. 백제 온조왕 때 당에 갔던 사신이 야생 인삼(즉 산삼)의 씨를 처음 얻어 왔다는 일설은 믿기 어려운 모화사상의 찌꺼기. 산삼은 저절로 전세계의 온대에 씨를 뿌렸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그 씨앗은 태평양 건너 미주에까지 퍼졌다. 「콜럼버스」가 미 대륙에 도착하기 전부터 산삼은 거기 있었다. 「캐나다」의 울창한 나무 밑에도 「플로리다」 「앨라배마」「루이지애나」「아칸소」등 미국 여러 주의 깊은 숲속에도 마치 미 대륙이 「유럽」「아프리카」와 불어 있었다는 오늘날의 대륙 이동설을 뒷받침해 주려는 듯이.
2천년 전부터 인삼은 약물의 왕좌를 차지해왔다.
이것이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 때부터 인 듯하지만 재배가 본격화한 것은 이조 숙종 때라고 전한다. 영·정년간에 각지에서 재배가 성행, 일제하에서는 엄격한 전비로 세계 시장을 독점했다. 40년 전 홍삼 1근은 80원으로 쌀 5가마 값이나 됐고 고려 인삼은 화기삼(미국산) 의 5배, 일본 삼의 10배, 만주 삼의 15배를 받았다.

<치열을 극한 삼파전|구라파까지도 수출>|시장
오늘날 동남아 시장에서 우리 홍삼은 1근에 8∼77불씩을 받고 있고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백삼은 1근에 4천2백원 정도이다. 인삼 시장에서는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우리와 비슷한 값을 받아야 할 북괴는 때로 정치적 「덤핑」으로 말썽을 부리고 있으며, 5분의 1값밖에 못 받는 일본 삼을 고려 인삼이라고 속이거나 고려 인삼과 같다고 속이는 치열한 경쟁이 그것이다. 19세기말에는 연 최고 50만근까지를 중국에 수출하던 미국산은 20세기에 들어와 완전히 쇠퇴해 버렸다.
그대신 서구인 특유의 동양에의 향수 같은 것을 타고 인삼 시장은 구미까지 뻗어가고 있다. 우리의 인삼 수출고는 63년의 47만불, 64년의 1백19만불에서 65년에는 2백13만불까지 뛰어 올랐고 수출 지역은 자유 중국·「홍콩」을 비롯 태국·「싱가포르」·「말레이지아」·「버마」·「캄보디아」·일본·「필리핀」·월남 등 동남아 국가가 대부분이지만 영국·서독·「덴마크」 호주 등에도 1∼2만불 정도씩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 수입 규정이 까다로와 손을 뻗기 힘든 미국에 작년 처음 3만불의 수출을 했다.

<만병 통치「파낙스」 처음 명명한 소련인>|과학적 연구
Panax Giseng C.A. Meyer 고려 인삼에 대한 학명은 1843년 소련인 「마이어」가 붙인 것, C.A.Meyer란 그의 이름이다.
제일 앞의 「파낙스」란 「만병 통치약」이란 뜻의 희랍어이고 그 다음의 「진셍」이란 인삼의 중국어 표기다. 인삼이 「만병통치의 불사약」이라는 것은 「백발삼천장」식의 과장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넓고 깊고도 은근한 효능이야 고려 인삼을 빼고는 아무 것도 없으리라.
보혈·강장·진정·흥분·이뇨·소염…등의 효과는 이미 밝혀졌고 작년에 서울대 생약 연구소장 우인근 박사에 의해 항암 효과가 밝혀진 뒤 지난봄에는 미 「위스컨신」대학교 연구진에서는 같은 결과를 얻었다. 한국·일본 등 동남아 중심이던 인삼 연구는 미국·소련·서독 그리고 「불가리아」학계에까지 전파되었다.

<직사광선 피하고|고운 모래로 덮어>
재배 법
3년을 자라야 황록의 꽃을 피우는 인삼은 7월이면 열매를 맺지만 그 배는 미숙 종자이어서 90일 동안을 고운 모래에 섞어 땅에 묻어 후숙시켜야 한다. 이를 개갑하여 10월중·하순에 1치3푼 간격으로 묘포에 한알씩 심는다. 종자는 고운 모래로 덮고 직사광을 피해 이엉을 덮어두었다가 싹이나면 비를 맞을세라 지붕을 해준다. 다음해 3월 중순 이후 이를 본포에 가로 7치, 세로 7치반의 간격으로 옮겨 심는다.
약간 서늘하고 적당한 습기가 있고 직사광이 비치지 않아야 함은 물론 배수가 잘되면서도 부식질이 많은 흙이 좋다. 비료는 모심기 전년 5월의 기비와 심은 뒤의 추비가 있는데 삼포1평(가로 2자반 세로6자)에 대해 기비는 약토 2말과 청초나 생엽 2관 반이 기준이며 추비는 3년근의 경우에도 2되, 벽토 3되, 들깻묵·콩깻묵 각 50작씩, 닭똥 5홉. 4년근에는 각각 3되·5되·5작·50작·50작 5홉씩. 5연근에는 5되·10되·50작·50.5홉씩이다.
개성이 북괴 손에 넘어간 후 우리의·인삼은 풍기·금산·부여·금포 등에서 연1백50만차(1차는 7백60「그램」생산된다. 인삼은 한 곳에서 자꾸 연작해서도 안되고 6년 된 것을 가을철일 백로 전후에 캐게 돼있으나 3년근을 팔아먹는 악질업자도 있다.
수출에 주로 쓰이는 홍삼은 모양 좋은 것을 골라 잔털을 자르고 닦아낸 후 증기로 쪄서 말린 것으로 황갈-추갈색이며 그보다 공이 덜 드는 백삼은 겉껍질 잔털을 제거 후 그대로 말린 것으로 엷은 연모-회갈색이다. 인삼은 뇌두·동체·각부가 제대로 균형이 잡히고 콘 것일수록 좋다. <박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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